(서울=연합인포맥스) 무려 1천9백 명의 금융감독 인력을 지휘하는 금융감독원장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고위간부들은 '허당'이며 언제나 문제는 현장의 조사와 검사 실무자라는 사실이다.

금융업 종사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역대 금감원 수장이 간부들에게 감독과 검사가 '서비스'라는 사실을 거품 물고 강조하지만, 실제 현장은 겉으로는 변했을지 모르지만 알맹이는 별로 개선된 게 없다.

감독 당국에 대한 시중의 가장 큰 불만은 무엇보다 가장 무섭고 실제적인 '현장 권력'에 대한 문제다.

명문화돼 있지 않은 규제, 구두지도를 통해 각종 틈새에서 이들 '슈퍼 갑'의 권력이 정교하게 진화하고, 교조적인 규정의 적용과 감사원 등 외부 감사에 대비한 증빙과 면피를 위한 업무에만 관심이 높다.

듣기 거북할지 모르지만, 금감원 현장 실무 권력자들은 한국의 금융산업 발전보다 기관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고,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훈련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이들은 피검 금융기관 CEO에 대해 '너희쯤은 언제든지 목을 날릴 수 있지'라는 빗나간 자부심으로, 피검 상대를 직급에 관계없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각종 검사의 세부 집행에서 교묘하게 업체를 숨 막히게 하고 있다.

민원 불량 금융사에 빨간딱지를 붙이는 듯한 규제가 과도해 이를 악용한 '블랙 컨슈머'까지 발생시키고, 감독과 제재의 핵심인 형평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원칙 없이 들쭉날쭉하다. 검사 나와서 금융기관 CEO들에게 간단한 규칙사항에 대해서도 "(긴말 말고) 확인서 쓰세요"라며 들이대고 모멸감을 느끼게 하기 일수다.

국가가 위임한 감독권을 금융산업의 발전에 쓰지 않고, 금융기관이 갹출한 돈으로 고액연봉과 직업 안정성을 누리며 오히려 금융권을 옥죄는데만 휘두르고 있으니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보이지 않는 영향력 행사와 전화 지시를 얼마나 문서로 적시하고 최소화하느냐가 중요한데, 아무리 현장 감독 편람을 '서비스' 중심으로 바꾼다고 해도 이런 실무자들의 현장 잔혹사가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를 없애려고 최근 진웅섭 원장이 종합검사를 폐지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만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방식을 채택하면 검사의 효과도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문제는 시행 시기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진 원장 재임 기간에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진의를 의심받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범 금융인 토론회'에서 모 금융기관 회장이 감독과 규제에 대해 비판하자, 시중에서는 할 말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후에 금감원 실무선에서 해당 금융사에 전화를 걸어 발언의 취지가 무엇이며, 무엇이 문제냐고 다그쳤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같은 장소에서 모 금융사 사장의 핀테크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놓고 당국자의 신경을 거슬렸을까 봐 해당금융사 직원들이 조마조마했다는 후일담을 듣고 있노라면 아직 갈 길은 요원한 것 같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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