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3일 오전 8시4분 송고된 <배수연의 전망대> 본문 첫째줄 '추석연휴'를 '설연휴'로 바로 잡습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월마트가 설 연휴 국내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국내에 매장이 없는 월마트가 추석 대목에 매출을 많이 올려서가 아니다. 미국 노동계가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고 부를 정도로 공존과 거리가 먼 경영 형태를보였던 월마트가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전격 인상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산층 복원을 2기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것과 맞물려월마트라는 특정기업 임금인상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주말 오는 4월부터 미국 내 정규직 및 비정규직 매장 근로자들의 임금을 시간당 9달러(9천947원)로 올린다고발표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법정 최저임금(7.25달러)보다 1.75달러 많은 것으로올해에만 한화로 1조원이상의 추가 비용이 지출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저임금으로 노동자에 비우호적이라는 오명을 가진 월마트가 갑자기 착해진 까닭은 무엇일까. 2기 집권에 성공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계층간 소득 불평등 해소를 역점 사업으로 강조하며 국정 역량을 집중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오바마의 경제 가정교사로 알려진 로런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학교 총장이 이끄는 포용적 번영위원회(Commission on Inclusive Prosperity)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는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용적 번영위원회는 서머스 전 총장과 영국 노동당의 그림자 내각 재무장관인 에드 볼스가 공동 의장을 맡은 단체다. 미국진보센터(CAP:Center American Progress)가 주도해 5개국 17명의 전문가와 함게 '포용적 번영(inclusive prosperity)'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단체는 지난 1월 '중산층 살리기'를 주제로 하는종합보고서를 내면서 '포용적 번영'이라는 화두를자본주의의 본산인 영국과 미국을 중심에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에서만 130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한 월마트의 최저임금 전격 인상이 포용적 번영이라는 화두와 맞물려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1950년 이후 대부분 선진 산업국가의 경우 생산성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상위 10%를 제외한 서민과 중산층 소득이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가 성장하면 그 과실이 전 계층에골고루 나누어질 것이라는 낙수효과(trickle-down)가 최근 경제지표로 보면 사실이아니라는 설명도 이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국 근로자들의 수입은 가파르게 줄어든 반면,기업들의 이익은 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다>



미국의 경우만 보면 2012년상위 10%의 소득이 전체의 48.16%에 이른다. 이들이45% 이상의 소득을 점한 시기는 1920년대 대공황과 지금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지성 서머스와 미래의 영국 경제사령탑이 될 수도 있는 볼스는중산층의 미래가 없다면 자본주의 지속적인 발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보고서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현재의 상황이 암울하지만) 보다 나은 미래도 가능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연대에 바탕한 개방성,(사회) 보장성이 겸비된 역동성, 평등이 곁들여진 혁신이 결합된다면 중산층이 복원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국도 상위 10%가 소득의 44.9%를 가져가는 등 소득 불평등이 미국 다음으로 심각한 주요 산업국가로 지목된 나라다. 월마트가 올린 최저임금과 자본주의의 새로운화두가 된 포용적 번영에 대해 이제 한국의 재벌과 정부가 대답할 차례인 것같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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