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근절되지 않는 시세조작 행위에 미국 금융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미국시간) 보도했다.

WSJ은 초단타 매매로 다른 트레이더들을 기만하는 '스푸핑(spoofing)' 기법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전했다.

스푸핑은 2010년 도드-프랭크법에서 불법으로 규정됐지만 최근까지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푸핑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뉘는데 먼저 시세보다 낮은 매도 호가를 내놔 다른 트레이더들이 이를 따라오게 만든다.

다른 트레이더들이 시세보다 낮은 매도 호가를 내놓는 순간 앞선 매도 주문을 철회하고 같은 가격의 매수 주문을 해 계약을 체결하는 게 첫 번째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는 시세보다 높은 매수 주문을 한 뒤 다른 매수자들이 이를 따라오면 앞선 매수 주문을 철회하고 같은 가격의 매도 호가를 내놓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스푸퍼(spoofer)들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을 시세보다 낮은 45.03달러에 매도하겠다는 주문을 내고 이에 동조한 트레이더들이 같은 가격에 매도 호가를 내놓는 즉시 앞선 주문을 철회하고 45.03달러에 매수한다.

매도 시에는 시세보다 높은 45.04달러에 매수 주문을 내 다른 트레이더들이 이를 따라오자마자 매수 주문을 철회하고 이 가격에 매도 계약을 체결한다.

이 사례에서 스푸퍼는 0.01달러의 차익을 얻게 되지만 이 같은 거래를 초단타, 대규모로 한다면 불과 수 시간 만에도 막대한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라딕스트레이딩의 벤저민 블렌더는 "2010년에 스푸핑이 금지됐지만 이 기법은 최근에도 시세 조작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스푸핑은 시장에 독약과도 같은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이러한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짓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주문 취소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무궁무진한데다 시장 참가자들 시세 급변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 시장이 형성된 초창기부터 거래 규모를 숨기기 위해 요령 있는(savvy) 전략을 동원하는 경우는 빈번했는데 이러한 전법과 시세 조정을 구분 짓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작년 8월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스푸핑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관련 규정을 재정비했고, 국제선물거래소(ICE)도 지난달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CME에 스푸핑을 잡아내고 이에 적절한 대응을 하는데 심혈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이런 맥락에서 CME는 2012년 6월에 불과 여섯 시간 동안 2만3천건이 넘는 호가를 내놔 스푸핑을 한 이고르 오이스태커 3레드 그룹 공동 대표에게 15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작년 12월 한 달 동안 거래를 중지하기도 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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