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버냉키 풋'은 아직 유효할까.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 후 시장에서는 '버냉키 풋'의 "행사가"가 도대체 얼마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다고 마켓워치가 3일(미국시간) 논평에서 진단했다.

다시 말해 미국 경제가 얼마나 악화해야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버냉키 풋(put)'이란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마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양적 완화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증시 하락을 방어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가 하락장에서 손실을 줄이려고 사용하는 풋옵션을 빗댄 표현이다.

이날 Fed는 의사록을 통해 추가적인 채권 매입이나 다른 경기부양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1월 일부의(a few) FOMC 위원이 머지않아 장기채권을 추가로 사들여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두세 명(a couple of)의 위원만이 경기가 모멘텀을 잃었을 때 추가 완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다.

의사록이 공개되자 트레이더들은 당황했다.

추가 양적 완화 가능성이 약화하자 뉴욕증시의 주요 주가지수는 하락했고 미국 국채가격은 장중 상승세를 접고 반락했다. 또 달러화는 상승했다.

시장의 이러한 반응은 어쩌면 당연하다.

버냉키 의장이 지난주만 해도 양적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26일 전미 실물경제협회(NABE) 연례 콘퍼런스에 배포된 사전 연설문에서 노동시장이 아직 치료되지 않았다며 "노동시장의 최근 개선 속도가 지속할지를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지표는 경기 회복을 가리키지만 자신은 이를 완전히 믿지 않는다는 발언이었다.

양적 완화가 언급되진 않았지만 추가 경기부양 가능성을 암시한 비둘기파적 발언에 시장은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FOMC 의사록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과 달랐다.

마켓워치는 이 둘이 엇갈린 이유가 둘 중 하나라고 제시했다.

FOMC 회의가 열린 13일부터 NABE 콘퍼런스가 열린 26일까지 미국 경기가 급변했거나, 버냉키 의장이 FOMC 다른 위원들보다 비둘기파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급변했다는 신호는 찾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따라서 후자가 답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마켓워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끝나는 오는 6월 Fed가 또 채권을 매입하거나 오퍼레이션 트위스를 또 한차례 실시하거나 불태화 양적 완화를 단행할 가능성이 아직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Fed가 움직이려면 현 시점부터 미국 경제가 악화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는 다수의 Fed 관련 인사들도 언급해왔던 바다.

이 점에서 시장이 Fed의 저의를 오해했는지, 아니면 버냉키 의장을 제외한 FOMC가 의장만큼 비둘기파적이지 않은지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마켓워치는 Fed가 완화 정책을 단행하려면 경제지표 악화나 대외 위기 등 명분이 필요한데, 그것이 어느 정도의 경기 악화를 의미하는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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