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은 우리나라 경제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주는 탓에 선악의 영역이 아니라 선택의 영역이다. 금리 인하나 인상에 따라경제주체들의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결정에 책임을 지고 있는 금통위원들이 한달 내내 고민하고 경제 부처 공직자 등이 금리 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너도나도 디플레이션 우려 등을 바탕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하면서 채권시장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몇가지 쟁점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를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는 게 아닌지,디플레이션 논쟁이 정당한지,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이 있는 지 등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맥킨지가 꼭집어 지적한 한국의 가계부채 위험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2010년 '부채와 디레버리징'이라는 보고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분석한 데 이어 올해에도 세번째 속편을 통해 세계가 벌써 부채의 무서움을 잊고 있다면서 한국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맥킨지는 지난달 'dedt and (not much) deleveraging'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 대부분의 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위기 전보다 오히려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맥킨지는"2008년 금융위기의 고통을 겪고서도 각 국가들이 가계부채의 무서움에 대한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서 가계부채가 지속 가능하지 못할 수도 있는(unsustainable) 나라 가운데 하나로 한국을 지목했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가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한 나라로 지목됐다>



한국은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44%로 2007년 이후 18% 포인트나 높아지고원리금상환부담률(2013년 기준)이22%에 불과한 것으로 지적됐다.

맥킨지는 지난 2010년 발표한 'Debt and deleveraging'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역사적으로 보면 글로벌 경제가 거품 생성에 이은 디레버리징의 연속이었다고 분석해 화제를 모았다. 맥킨지는 디레버리징 과정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대규모 도산,극심한 인플레이션,전쟁이나 오일붐 등을 통한 GDP의 급속한 증가 등을 통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경험적으로 보면거품은 어떤 형태로든 결국 터졌다는 게 맥킨지의 경고다.

◇디플레이션 논쟁은 정당한가

기준금리 인하 논쟁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논쟁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기대 인플레이션이 2%에 이르고 올해 성장률 전망이 3%대인 나라가 디플레를 우려하는 건 과도한 측면이 있기때문이다.2월 소비자 물가가0.5%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물가 연동채권 가격이 견조한 흐름을 보인 이유도 살펴야 한다. 디플레라면 폭락해야 할물가연동채권 가격의 지표인손익분기 물가상승률(Break-Even Inflation rate, 이하 BEI)은 지난 7일 기준으로0.717다. 2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됐던 지난 3일 0.773에서 0.06포인트 하락한 데그쳤다.



◇미국은 금리를 올릴 참인데

미국이 호전된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조기에 올해 중반부터 연방기금금리(FF)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2월 실업률은 전월보다 0.2% 포인트 하락한 5.5%로 2008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강한 달러의 후폭풍도 감안돼야 한다.

우리나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로 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것도 미국의 금리 인상에서부터 촉발됐다. 당시 미국은 금리 인상으로 강한 달러 현상을 심화시켰고 당시 우리나라 등에 투자했던외국인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달러화 자금이 모자라 달러당 800원하던 환율이 1999.00원(1997년 12월23일)까지 치솟는 서러움을 당하기도 했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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