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일본 정치권의 압력으로 일본은행(BOJ) 금융정책위원회에 2년 만에 공석이 두 자리 생겼다.

일본 참의원(상원)은 5일 BOJ 신임 금융정책위원회 이사로 지명된 고노 류타로(47) BNP파리바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인준을 부결했다.

총 242석 중 찬성이 111표, 반대가 127표였다.

이날 결과는 BOJ에 추가 통화 정책 완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이사를 자리에 앉혀야 한다는 정치권의 압력에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막대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은 BOJ가 더 공격적인 통화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그에 비해 고노는 재정과 경제 개혁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온 인물로 BOJ가 국채 매입 규모를 확대하는 데도 반대해온 인물이다.

따라서 이날 인준 부결은 예상됐던 결과다.

고노는 전일로 5년간의 임기를 마친 나카무라 세이지 위원의 후임으로 지명됐었다.

나카무라 위원 이외에도 가메자키 히데요시 위원이 전일로 임기를 마쳤지만, 정부는 그의 뒤를 이을 인물을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총 9명의 이사 중 공석이 두 명 생겼다.

BOJ 금융정책위원회는 총재와 2명의 부총재를 포함해 모두 9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으며,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들은 양원의 승인이 필요하다.

BOJ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면서 시장은 통화 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발언을 점점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지난 2월 BOJ가 단행한 통화 완화 조치 역시 중앙은행이 일본 경제를 디플레이션으로부터 끌어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정치권의 압력 때문으로 진단됐다.

당시 BOJ는 자산매입을 위한 특별 기금을 기존의 55조엔에서 65조엔으로 확대하는 예상 밖의 통화 완화 정책을 내놨다.

시장참가자들은 BOJ의 다음 정책 행보를 예상하기 위해 정치권의 발언과 더불어 앞으로 이어질 BOJ 인사 선임을 주시하고 있다.

소토메 테루요시 미즈호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월의 통화 완화로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BOJ 총재가 정치적 압력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취할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 따라서 그가 총재직에 머무르는 한 BOJ가 정치적 압력에 취약할 것이라는 시장의 인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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