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설립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미국 중심의 금융질서를 바꾸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진정한 G2가 되려면, 미국의 반세기 이상된 기축통화 달러를 기반으로 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첨병으로 앞세운 화폐 패권을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

그동안 중국은 IMF, WB, ADB 체제 내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노력했지만 빈번하게 좌절했다. 급기야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중국은 완전히 방향을 틀어 AIIB 라는 기폭제를 통해 기존 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세계 금융질서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AIIB 에는 중국과 아세안 9개국,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몽골, 네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랍권의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사우디아라비아, 타지키스탄, 요르단 등 28개국이 회원 예정국을 확정 지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 신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양 실크로드 개발을 주도하는 은행에 회원국으로 참여해야 소위 '국물' 한 방울이라도 떨어지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G7 국가인 영국이 참여 결정을 해서 미국중심의 국제 질서에 금이 가고 있다. 미국과 뿌리를 같이하는 맹방 국가가 중국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충격 자체가 아닐 수 없다.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하면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새 강자 쪽에 붙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비정한 국제질서의 극적인 한 장면이다.

잠재시장과 돈 앞에서 미국의 또 다른 맹방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호주가 마찬가지로 전향적으로 이 은행에 가입할 것임을 선언한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만류를 뿌리치고 유럽국가들이 이 은행에 가입하려는 이유는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의 투자와 아시아지역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시장에 참여해 경제침체를 극복하려는 절실함이 그만큼 강렬하기 때문이다.

60개 국가에 이르는 거대한 인프라 투자를 주도할 AIIB와 함께 중국이 400억 달러를 투자한 신실크로드 기금을 통해 중국은 자국 기업의 국외진출을 촉진하고 아시아의 경제권을 주도할 계획이다.

홍기(紅旗) 깃발을 높이 꽂은 중국의 계산은 현재까지 착착 맞아들어가고 있다.

3월 말까지 나머지 국가들도 가입 시한을 못박고 마지막 남은 국가인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제시하는 돈과 기회 앞에 대한민국이 미래의 국익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마오쩌둥은 '권력이 총구에서 나온다'고 갈파했지만, 지금의 국제 질서하에서는 총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고, 결국은 권력도 돈에서 나온다는 결론에 이른다.

중국과 미국 간의 화폐 패권 경쟁, 본격적인 '돈 전쟁'이 우리 눈앞에서 격렬하게 펼쳐지고 있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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