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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초창기의 열정이 평생 지속되는 경우란 별로 없다. 처음에야 불꽃이 튄다. 하루라도 안 보면 보고 싶고, 그녀(혹은 그)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불같은 사랑은 서서히 식는다. 하지만 열정이 사라졌다고 하여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정 때문에 산다’는 말처럼, 그 ‘은근한’ 정이 사랑이다. 화끈하고 뜨겁지는 않으나, 대신에 천천히, 오래 이어지는 법이다.

증권사에서 기술적분석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후배를 만나 저녁식사를 할 일이 있었다. 최근 장세를 어떻게 볼 것인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그가 재미있는 말을 했다. 엘리어트 파동이론에서 ‘충격파동’과 ‘조정파동’을 구분하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충격파동(impulsive wave)을 사람들은 ‘추세 파동’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게다. 충격파동은 그의 표현을 빈다면 ‘미친(psycho) 파동’이고 반면 조정파동은 ‘정상(normal) 파동’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귀가 번쩍 뜨였다. 그의 말이 아주 그럴싸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충격파동은 추세의 출발점이 되거나 추세를 견인한다. 그런데 충격파동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거래량이 폭발하고 주가의 변동이 급격하다는 점에 있다. 사랑에 빠진 남녀가 앞뒤 가리지 않듯, 마치 ‘미친’ 것처럼 주가가 폭발적으로 움직일 때가 바로 충격파동인 셈. 반대로 조정파동은 은근하다. 평화스럽기까지 하다. 거래량은 줄어들고 가격의 움직임도 크지 않다. 사랑으로 비유한다면 초반의 열정은 사라지고, 은근한 정이 남을 때가 조정파동이다.

엘리어트도 “충격파동의 기간은 짧고, 조정파동의 기간은 상대적으로 길다”고 말한다. 충격파동은 화끈하게, 마치 여의도 벚꽃처럼 후딱 피어났다가 화려하게 사라지지만 조정파동은 은근하게 오래오래 살아남는 법이다. 주식시세의 대부분이 조정파동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우리의 관심은 충격파동이 무엇이고 조정파동이 무엇인지 그 ‘정의’에 있지 않다. 그것보다는 어떤 파동인지 판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지금이 충격파동일까 아니면 조정파동일까?

내 생각을 말하기 전에 먼저 당신의 판단을 묻는다. 현재의 주식시장에서 ‘연애 초창기의 열기’가 느껴지는가? “하늘에서 별을 딸” 정도로 물불가리지 않는 ‘광적’인 상황인가? 나는 쉽사리 “Yes”라는 답이 안 나온다. 그리고 만일 그렇다면, 즉 지금을 충격파동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면, 향후 장세에 대한 판단도 신중해져야 한다. 비록 지금의 추세는 상승세이고, 당분간 추세가 꺾일 공산도 낮으며, 당장의 상승 목표수준을 규정하기 어려울지라도, 충격파동처럼 주가가 폭발적으로 치솟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최근의 거래량은 늘어나고 있다. 주가의 움직임도 크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개장 초부터 코스피지수가 줄곧 상승하였고 급기야 긴 장대양선까지 만들었다. 그날의 거래량은 6억5천만주를 상회하였다. 하지만 파동을 판단하려면 하루가 아니라 오랜 기간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하루 크게 오르고 거래량이 늘었다하여 파동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겠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오히려 최근 코스피지수는 상승-하락을 규칙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미친’ 듯한 움직임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충격파동인지 조정파동인지 따지는 일은 잠시 멈추고, 향후 추세를 살핀다면 의당 지금의 추세는 상승세이다. 차트에서도 또렷하다. 내가 추세를 판단할 때 살피는 여러 지표들은 지난주에도, 그 지난주에도 똑같은 신호를 나타내었고, 지금도 똑같다. 상승세라고 말한다. 따라서 현재의 상승세는 이번 주에도 또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추세는 강하다.

일각에서는 유럽에서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한국으로 몰릴 것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저금리때문에 시중자금이 결국은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리라 기대한다. 틀린 주장은 아니다. 유동성장세의 기대감이 솔솔 피어나는데 그게 섣부른 것은 아니겠다.

나는 몇 주일째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요즘처럼 추세로 움직이는 장에서는(그것과 충격파동이라는 말은 다르지만) 그저 추세에 순응하는 전략이 최선이다. 괜히 ‘잔재주’를 부리려다 기회를 놓친다. 무던하게 보유하거나 혹은 매수물량을 늘리는 전략을 주장한다. 모든 기술적지표가 ‘상승’을 말하고 있으니 길게 떠들 거리도 없다. 전고점 2,093이 일단 저항선으로 작용하겠으나 이런 참에 크게 힘을 쓸 것 같지 않다. 2,100 이상도 쉽게 도달하리라 여겨진다. 특정한 수준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역시 ‘추세순응’이 최고다.

(달러-원 주간전망)

코스피지수는 차트에서 어느 면으로나 상승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달러-원은 얼마 전까지의 그 강력하던 상승세가 오간데 없이 사라졌고, 금방이라도 하락세로 주저앉을 참이다. 알다시피 나는 추세판단의 근거로 일목균형표를 애용하는데, 달러-원은 그 기준으로 본다면 추세전환이 임박했다.

이미 전환선은 하락했고, 기준선과 전환선의 역전현상도 발생했다. 후행스팬도 26일전 캔들 아래로 주저앉은 지 오래이다. 90퍼센트는 하락세이다. 그나마 완벽하게 100퍼센트 하락세로 넘어가지 않은 것은, 아직 구름을 무너뜨리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그 구름이라는 것이 두께가 매우 얇다. 지지선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지 의문이 든다. 지금처럼 모든 괘선들이 하락세로 기울었고, 구름이 유일하게 남은 ‘최후의 보루’인 상황에서 지지선의 두께조차 강하지 않다면, 추세전환은 거의 기정사실이다.

더구나 달러-원은 순간적이지만 구름을 하회하기도 하였다. 지난주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동안 1,090원을 내려섰다. 물론 그 상황이 오래가지 않았고, 환율이 수요일부터는 반등하여 1,090원 위로 올라서긴 하였다. 그러나 이미 한 번 무너진 지지선인지라 그게 두 번, 세 번 또 무너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단기적으로 스토캐스틱 등의 지표들이 바닥에서 살짝 돌아서고 있어서 소폭의 반등은 예상할 수 있겠다. 해외에서 달러인덱스가 100선을 향해 상승하였고 달러-엔이 120선 위에 머물러 있다는 것도 달러-원의 반등에 도움이 될 요인. 그러나 설령 달러-원이 반등한다고 하여 그게 오래갈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앞서 살폈듯 일목균형표에서의 추세는 ‘넘어간’ 것과 매한가지이다. 막판에 약간 ‘꿈틀거린다’고 하여 추세가 바뀌지는 않을 터. ‘콜돌이’였던 나도 이제는 관점을 슬슬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반등할 때마다 팔고 싶다. 1,100원이 저항선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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