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 당국자들은 '소통'이 시대의 화두가 되다 보니 시장과의 소통을 위해 각종 공식ㆍ비공식 조찬회와 정책 간담회를 하느라 항상 분주하다.

시장과의 소통? 그러나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원래 독립 개체로 존속 욕구를 갖고 서로 갈등과 반목하며 살아가는 실존적 존재다. 이 때문에 이들이 만드는 시장의 역사는 소통보다는 질시 반목하며 불통하는 게 원래의 모습이다.

금융시장이라는 곳은 어떤 의미에서 성향이 다른 개와 고양이가 득실거리는 곳이다.

개는 동료애와 주인에 대한 복종, 충성, 부지런함, 무한한 신뢰로 항상 주인 곁을 배회하는 동물이다. 이에 반해 고양이는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며, 게으르고, 주인이 와도 시큰둥하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주인을 자신의 동료나 종으로 여긴다.

고양이는 꼬리를 치켜들고 살랑살랑 흔드는 개를 보고 '저 녀석이 나를 보고 기분이 나쁘구나, 꼬리를 저렇게 세우고 있으니'라고 항상 오해한다. 반면에 개는 꼬리를 내린 고양이를 보고 '나에게 불쾌하구나'며 건방지다고 여긴다.

개와 고양이가 서로 맞서 각자의 생각과 희망, 이해관계가 충돌해 숙명적으로 시장에서는 불통의 관계가 지속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내가 너를 모르는데 네가 어찌 나를 알랴' 인 상황인 셈이다.

당국자들은 혹시 언어가 아닌 텔레파시로 소통하면 시장과의 오해와 반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속마음이 여과 없이 서로에게 전달된다면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당국자와 참가자간의 소통도 어렵지만, 시장참가자 간의 입장과 이해 차이도 문제를 어렵게 만든다.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 차이는 각기 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소통에서 또 하나의 도전은 정보통신의 발전이다. 오늘날 정보는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피드백된다. 소통의 수단인 하드웨어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소통의 콘텐츠는 진화되지 않는 채 제자리걸음이다. 서로 더 빨리 오해하고 더 멋대로 판단할 위험도 커졌다. 실시간으로 상대방의 행동양식이나 인지구조가 다르다는 점이 더 크게 확인되고 틈새도 증폭된다.

따라서 시장이 평온하다면 이는 당국자와 시장이 소통이 이루어진 척하는 일회적 순간일 뿐이며, 시장의 '오버 슈팅'이 빈번한 때라면 양측은 소통의 실패를 인정하고 서로 입장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을 지속해야한다. 관계와 소통은 잠시라도 소홀히 내버려두면 잡초가 무성해지는 정원과 같아지는 만큼, 항상 끊임없이 챙겨야 녹슬지 않는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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