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회장과 행장의 퇴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부른 KB사태는 IBM코리아가 이건호 당시 국민은행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할인 공세를 펼치며 주전산기 교체를 막아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메일 한통을 근거로 이사회의 중요한 경영 결정 사안을 뒤바꿔 놓으려다 일어난인재였다.

KB금융의 이메일 경영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16일 KB금융에 따르면 윤종규 회장은 `국민은행의 채용 계획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운 마음을 적어 보낸다'는 취업준비생의 이메일을 받고 나서 수익성 악화에 따라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을 뽑지도 않을 수 있는 상황인 데도 80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355명 채용의 두배가 넘는 수준이라며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KB금융은 윤 회장이 사회적 약자인 취업준비생과 소통했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윤 회장은 앞서 800명 채용 계획을 밝힌바 있다.

지난 3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자 윤 회장은 올해 신입 채용 규모를 800명 이상(대졸 400명)으로 늘리겠다고 답했다. 당시 윤 회장은 취업준비생의 이메일은 일절 언급하진 않았다.

이런 이유로 KB금융이 상황에 따라 800명 채용을 홍보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청년 일자리라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할 때는 코드 맞추기식으로, 취업준비생과는 소통의 이미지로 KB금융은 청년 일자리를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용은 조직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경영 판단 중 하나인 데도 KB금융이 취업준비생의 이메일을 보고 채용 인력 확대를 결정했다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이번 신규 채용 규모는 윤 회장이 인사팀에 채용 인원을 늘릴 수 있느냐고 문의했고, 인사팀도 가능할 거 같다고 얘기해 결정된 사안이지 취업준비생의 이메일 하나로 결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KB금융의 해명대로라면 인사팀은 애초 채용을 늘릴 수 있었는데도 올해 상반기 수익성 악화로 신규채용을 계획하지 않으려 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한 KB금융의 해명도 필요해 보인다. (이성규 산업증권부 금융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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