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자산운용사 대표 A씨는 최근 5~6년차 매니저 3명의 사표를 받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신생 투자자문사로 이직을 결심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 B씨도 매니저 2명의 이직 의사를 전해들었다. '자기 것'을 운용해보고 싶다는 후배들의 결심에 B씨는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최근 김경훈 전 트러스톤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이 자문사 설립을 위해 퇴사를 결심한 소식이 알려지자 시장의 반응은 '역시나'였다. 삼성자산운용에서 7천억원 규모의 기관 자금을 운용하고 트러스톤의 헤지펀드를 안정권에 안착시킨 그에게도 요즘 같은 대세 상승 국면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으리란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대신자산운용에서 롱숏 펀드를 운용하던 이상훈 매니저와 용두레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매니저도 각각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과 라임투자자문으로 합류했다. 그밖에 중소형 자산운용사 매니저들의 투자자문사 행보는 점차 가속하는 추세다.

투자자문사와 비슷한 부티끄 형식의 유사투자자문사 설립도 늘고 있다. 매니저 시절 담당했던 법인 등 고객의 일부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이들은 지난해 말 810여개에서 현재 840여개까지 늘었다. 아는 고객의 자금만 알음알음 운용해주는 미등록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유사투자자문사 시장은 1천개를 훌쩍 넘어간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과장株'가 뜨면서 이러한 투자자문사 전성시대를 예견했다. 포트폴리오 결정권을 가진 부장과 차장급 매니저보다 1980년생 안팎의 과장급 매니저가 선정한 종목이 우수한 성과를 내면서 젊은 매니저들의 이탈은 예정된 수순처럼 받아들여졌다.

자산운용사 대표 A씨는 "과장주와 매니저 이탈, 신생자문사 설립 붐 모두 맥락을 같이하는 흐름"이라며 "시장이 대세 상승 국면으로 가면서 중소형주 중심으로 선정하는 젊은 매니저들의 성과가 좋아졌고, 자신감이 붙은 이들의 이동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문사에서는 운용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더 크게 받을 수 있는데다, 미등록 업체일 경우 자금을 굴리는 데 있어 제약이 없다 보니 더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 젊은 매니저들에게 더 매력적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B씨는 "매니저 경력 5년에서 10년 사이가 공격적인 투자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 시기"라며 "선배 매니저로서 충분히 이해하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젊은 매니저 이탈이 가속화되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시간과 돈을 들여 신입 매니저를 뽑고 교육하는 게 의미 없어 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매미(매니저+개미를 합친 신조어)가 펀드시장에서 하나의 문화처럼 돼 가는 것도 위험한 부분이 있다"고 귀띔했다.

한 여름을 앞둔 2015년 4월, 여의도의 우렁한 매미 울음소리만큼이나 자산운용사 대표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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