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37년 동안 철권으로 북한을 통치한 김정일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지 꼭 일주일이 지났다. 서울 외환시장.채권시장.주식시장은 의외로 차분한 반응을 보이며 김정일 사망 발표 이전 수준의 평온을 되찾았다.

그러나 일부 고위 경제관료 등은 김정일 사망 쇼크에 따른 금융시장 동요보다 더 큰 리스크 요인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7년 IMF 관리체제에서 주요 역할을 했고 북한 경제에도 정통한 한 관료는 지난주말 절대권력자인 김정일 사망 이후 우리나라가 준비없는 통일을 맞을 경우가 가장 큰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사회기반 시설 등을 감안하면 준비없는 통일이 우리나라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배급 시스템 등이 망가진 탓에 준비 없는 통일은 2천400만명에 이르는 기초생활수급자가 국내로 유입되는 것과 같은 효과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최근 만난 국책연구기관의 책임자급도 같은 맥락으로 진단했다. 그는 북한의 국민소득이500달러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준비없는 통일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잠재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리빈(李濱) 전 주한중국대사는 2004년 한 사석에서 김정일 사후 우리나라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북한 체제 불안정에 따른 난민 문제를 꼽았다. 김일성대학 출신으로 북한에서도 대사를 지낸 리빈대사는 중국내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로 통했다.리빈 대사는 당시 강력한 통치력을 가진 김정일 체제가 무너지면 서해안이나 경기도 서부권 개활지 등으로 수백만명 규모의 난민이 몰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김정일 사후 체제가 통제력을 상실할 경우 서해안 등을 통해 들어오는 난민에 대한 대한민국의 준비가 얼마나 돼 있냐고 반문했다.

당시 그는 부자 형님인 한국이 말썽만 피우는 동생인 북한을 도와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시장 등이 발전한 한국에 대규모 난민 문제는 경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시장을 교란하는 등 북한을 도와주는 비용보다 더 큰 댓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위 공무원,국채연구기관 고위 간부,북한 전문가인 고급 외교관 출신 모두가 김정일 사후에도 북한 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할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한 셈이다.

북한 체제의 싫고 좋음을 떠나 대한민국 금융시장 입장에서는 원활한 권력 승계 등을 통한 안정이 최우선 과제인 것처럼 보인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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