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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어떤 TV프로그램에서는 궂은 일을 해야 하는 당번을 정하거나, 혹은 실외에서 취침할 운 없는 사람을 뽑을 때 종종 ‘눈치 게임’이라는 것을 한다. 게임 요령은 간단하다. 모두 앉아 있다가 시작 신호가 울리면 ‘하나!’ ‘둘!’, 이런 식으로 순번을 외치고 차례로 일어서는 것이다. 이때 순번을 외치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 벌칙을 뒤집어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보다 먼저, 순번을 재빨리 외쳐야 한다.

그런데 무작정 서두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만일 두 사람(혹은 그 이상)이 동시에 순번을 외치는 경우가 생기면 두 사람 모두 벌칙을 받기 때문이다. 자칫 다른 사람과 절묘하게 타이밍이 겹치면 모두 망한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마지막까지 남으면 안 된다. 따라서 ‘눈치작전’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도, 먼저 외쳐야 하는 것이 키포인트이다. 어렵다. 이름이 ‘눈치게임’인 이유이다.

기술적분석도 따지고 보면 눈치게임인 셈. 이동평균선이니 스토캐스틱, 혹은 일목균형표 등등의 기법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분위기를 읽는 것이 목적이다. 그게 그거다. 눈치게임 아니겠나. 시장의 다른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눈치’를 잘 읽으면 성공이다.

지난주에 나는 주가가 좀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눈치’를 잘 본 셈이다. 확률 이야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생각이야 다 비슷할 터. 주가가 오를 만큼 올랐으니 슬슬 겁이 날 때도 되었고, 그러다보니 매도를 누가 먼저 촉발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다가, 누군가가 매도를 시작하자 우르르 거기에 휩쓸려버린 게다.

하락, 혹은 조정장세에서 주가가 반등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치열한 눈치게임이다. 남들보다 먼저 서둘러 매수에 나섰다가는 ‘너무 일찍’ 뛰어들어 주식을 비싸게 사는 결과가 될 것이고, 그렇다고 주가가 더 떨어질 때까지 마냥 기다리자니 ‘너무 늦어’ 타이밍을 놓칠 우려도 있다. 정말 눈치를 잘 보아야 한다. 어렵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코스피지수의 차트를 보면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2,189의 고점(4월24일)부터 내리 5개 음봉으로 이어진 캔들이다. 일목균형표의 형보론에 따르면 이른바 5음련(陰連)이다. 더구나 전날의 고점과 다음날의 고점, 전날의 저점과 그다음날의 저점이 차례로 낮아지는 양상, 즉 순동(順動)의 형태이기도 하다. 주가가 내리 오르다가 이처럼 불현듯 나타나는 ‘순동5음련’은 단기적으로 더 하락할 것이라는 신호로 작용한다.

골치 아픈 일목균형표 형보론을 굳이 동원할 필요도 없다. 단순무식하게 생각해도 결론은 같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초 1,876(1월7일)의 저점에서 출발하여 쉼 없이 달렸다. 주가가 내내 오를 수만은 없는 법. 상승세의 와중에 조정은 불가피하다. 그게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스토캐스틱, RSI 등의 기술적지표들도 때맞추어 ‘매도’를 말하고 있다. 이래저래 이번 주 역시 하락, 혹은 조정 장세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강조하지만,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주가가 밀린다고 즉 주가가 싸다고 서둘러 매수에 나설 때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이렇게 주장하는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앞서 밝혔듯 일목균형표 형보론에서 순동5음련이 나타났기 때문이고(이제 막 매도신호가 발생했다), 둘째로는 기술적지표들도 방금 매도신호로 돌아선 참이니 당분간 주가가 더 밀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며, 셋째로는 (좀 깊숙한 이야기이지만) 일목균형표 파동론을 고려한다면 9개의 파동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9’는 일목균형표에서 하나의 매듭으로 종종 작용한다. 9개의 상승파동이 완성되었다면 지금부터 당분간 하락파동이 이어지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일목균형표 주간론으로 따져도 시장은 좀 수상하다. 주간차트에서 캔들은 장악형으로 나타나 있다. 지난주의 양선을 그다음번에 형성된 음선이 뒤덮어버린 형태이다. 일목균형표 주간편에서는 이를 Y파동이라고 일컫는다. 꽤 신뢰할만한 하락신호로 간주한다.

온통 하락, 혹은 매도신호다. 그러기에 2,100 혹은 2,050 등 가까운 곳을 지지선이나 하락목표 혹은 매수 타이밍으로 삼는 전략은 역시 성급하겠다. 일단 뒤로 물러서는 것이 상책일 사.

(달러-원 주간전망)

음선 5개가 연이어 나타나는 5음련은 코스피지수의 차트 뿐 아니라 달러-원 환율의 차트에서도 발견된다. 그런데 똑같이 5음련이지만 매매신호마저 같은 것은 아니다. 코스피지수에서는 5음련이 ‘매도’신호의 역할을 하지만 달러-원의 경우는 되레 ‘매수’신호로 해석되어야 한다.

일목균형표는 동양에서 개발된 것인바 ‘1+1=2’ 식의 기계적인 활용보다는 그때그때 융통성 있는 적용이 요구된다. 달러-원 차트에서는 5음련이 나타나기 이전에 환율이 내내 하락세였던 터. 그러기에 “음이 극하면 양이 된다”는 원리에 따라 매수신호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달러-원 환율은 5음련을 만들며 1,066원까지 밀린 이후 조금 반등하였다.

스토캐스틱 등의 기술적지표들도 바닥에서 돌아서며 ‘매수’ 주장에 힘을 보탠다. 덩달아 해외시장에서 달러-엔도 올랐다. 특히 달러-엔은 일목균형표의 좁디좁은 구름 사이에서 지루한 횡보양상을 거듭하고 있는데, 구름 하단을 무너뜨릴 듯 말 듯하면서도 참 잘 버틴다. 굳건하게 지지선이 유지되다가 결국 달러-엔 환율은 지난주 후반에 좀 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엔-원이 900선을 무너뜨렸다고 온통 난리다. 달러-엔이 반등하고 있다는 것은 달러-원으로서는 큰 힘이다. 상승하기에 좋은 핑곗거리를 잡았다.

그러나 워낙 달러-원 외환시장의 균형은 아래쪽, 즉 매도 일변도로 흘러가고 있다. 환율은 완벽하게 일목균형표 구름 아래로 처졌다. 소폭의 반등이야 가능할지 몰라도 그게 근본적으로 추세를 뒤바꿀 정도는 아니겠다. 바닥에서 돌아서는 움직임이지만 정작 ‘모멘텀’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일단은 1,070원 정도가 도달 가능한 1차 목표로 판단된다. 그 위로 기준선이 지나는 1,080원도 있는데, 그건 좀 멀어 보이고, 더 위쪽의 1,100원은 너무나 멀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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