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13일 후보로 추천된 신임 금융통화위원 후보들 면면을 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가뜩이나 경기완화적이고 대기업 친화적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독립성 시비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년간 공석이던 대한상공회의소 몫의 금통위원후보로현대차그룹CEO 출신이 추천된데 따른 파장이 클 것 같다.금통위 통화신용정책의 가계와 기업간 이익균형에 대한 시비가 제기될 수 있어서다. 통화신용정책이 가계보다는 대기업 친화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는 물가당국인 한국은행 금통위의 입지를 더 좁힐 것으로 점쳐진다.

당장 대한상의 몫으로 추천된 정순원 금통위원 후보는 현대차그룹 CEO 출신이라는 점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정후보는 후보로 추천된 뒤 인터뷰를 통해 "실물경제를 만져보고 다뤄본 사람으로서 금리정책을 바라볼 것"이라면서 "(금리정책을) 산업계의 관점에서 볼 것"이라고 밝혔다. 정후보는 자신이 학계에도 오래 몸담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산업계 입장만을 대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곧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정후보의 이 발언은 이미 서울 채권시장 등에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향후 금통위가 통화신용정책을 구사하는 데두고두고 굴레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파장은 즉각적으로 확인됐다. 퇴임 이후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가 정후보 발언에 대해 강한 톤으로우려를 표시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성태 전 총재는"금통위는 중앙은행의 핵심 기구로 정치적으로 독립해야 할 뿐 아니라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표하는 목소리가 커져서도 안 된다"며 "전문가 집단으로서 국가 경제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한은 관계자들은 이성태 전 총재가 그정도 수위로 발언했다면 금통위 인선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풀이했다.

정위원과 함께 금통위원 후보로 추천된 정해방 전 기획예산처 차관, 하성근 전 연세대 교수, 문우식 전 서울대 교수 등도 비둘기파에 가깝다는 게 서울 채권시장 등의 평가다.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비둘기파적 편향성을 보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형성된 셈이다.

금통위원 후보의 발표 형식도 꼼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과거에는 각 추천기관의 의견을 반영해 한은이 직접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해당 기관이 따로 따로 발표했다. 금통위 체제가 출범된 이후 대기업 CEO 출신이 처음으로 포함됐다는 점 등을 희석시키기 위해 시선을 분산시켰다는 게 한은 안팎의 시각이다. 4명 가운데 3명이 영남 출신으로 특정 지역 인사들이너무 많이 포진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한편 이광주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이번 금통위원 후보 인선을 예견한 것처럼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10일 보도전문채널 뉴스Y '인포맥스 마켓워치'에 출연, 1년 내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현 수준 유지 또는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밝혔다.

이 전 부총재보는 금리정책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점을 들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고했다. 특히 이달 중 5명의 금통위원이 교체되는 것이 금리정책에 상당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기준금리 향방은 금통위의 인적구성과 각 위원의 전문성, 시각, 성향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금통위가 개발연대의 관료들처럼 성장일변도 사고를 지녔거나 통화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들로 구성된다면 금리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시장도 이 전 부총재보의 의견에 동의하는지 여부가 이번주 서울 금융시장의 관전 포인트가 될 듯 하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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