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주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택 사옥 1층 로비에서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파란 많았던 팬택의 지난 24년을 담은 400여 장이 전시돼있다.

팬택 임직원들이 직접 나선 이번 사진전은, 3차례에 걸친 매각 시도마저 무위로 돌아가 청산절차라는 낭떠러지에 몰린 팬택이 스스로를 응원하고 결의를 다지기 위한 행사다. 그런만큼 그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볼거리가 풍성했다.

지난 달 팬택 임직원들은 회사의 생존을 위해 어떤 어려움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결의서를 발표했다. 특히, 매각 주체에게 고용과 관련한 처분을 맡기겠다는 고육책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이미 그 이전에 팀장 이상급 직원들이 회사가 생존하고 남은 구성원들을 보호할 수만 있다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팬택의 청산 여부는 법원과 채권단 손에 달려있지만, 생명줄에 해당하는 법인 존속의 존엄성은 구성원들 스스로가 지켜내려 하고 있는것이다.

팬택이 청산 절차를 밟게되면 1천500명 직원과 500여개의 협력사와 종업원들은 일자리를 잃게될 공산이 크다.

무선호출기로 시작된 팬택의 단말기는 `스카이'를 거쳐 `베가레이서1'의 성공으로 메이저 대열에 진입하는 듯 했지만, 과도한 저가정책과 애프터서비스 기간 단축, 사후지원과 업그레이드 지연 등 여러 문제점들로 인해 결국 1조원의 부채를 지게되고 말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적 공룡 기업이었던 노키아와 모토로라도 분해되거나 매각돼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마당에 규모가 훨씬 작은 팬택의 운명은 바람 앞에 촛불처럼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팬택이 해외 기업에 매각될 경우 축적된 기술력이란 국부가 유출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정보통신(IT) 분야의 특성상 팬택과 유사한 사례가 앞으로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견실한 IT 중견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팬택과 같은 처지에 또 빠질 수 있는 기업들이 나오게 되면 국가 경제로 보아서도 큰 손실이다.

특히 IT나 바이오 등 첨단 기술력이 필수인 산업은 기술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업황과 기업 경영의 사이클이 급격하게 바뀐다.

그렇다고 팬택을 국가 예산으로 구제하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산업 전반에 걸친 생태계와 국부를 지켜내기 위한 당국 차원의 예방과 지원책은 자유경쟁의 원칙과는 별도로 운영되고 행해져야 할 것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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