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 속도 빨라 신중한 모니터링 중요"

"금리보다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가계부채 증가 억제에 더 나아"

"정부 부채비율 낮지만 비금융 기업부문 부채비율 높은 건 문제"







<리처드 돕스 MGI 디렉터>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다며 당국의 신중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맥킨지의 연구조사기관인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의 리처드 돕스 디렉터는 6일 연합인포맥스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은 MGI가 표본조사를 한 국가 중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득 대비 가계부채가 가장 크게 증가한 편에 속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잠재적 요인으로는 국내에서 주로 거론되는 미국의 긴축 돌입보다는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 같은 글로벌 충격을 꼽았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이를 따라야 할지에 대해서는 "명확성이 떨어져 보인다(less clear)"고 판단했다.

앞서 MGI는 지난 2월 발표한 '부채와 (많지 않은) 디레버리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을 네덜란드, 캐나다, 스웨덴 등과 함께 '가계부채 7대 취약국' 중 한 곳으로 지목했다.

해당 보고서는 발간 당시 국내에도 널리 소개됐을 뿐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이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를 지적하며 인용해 재조명을 받았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4월 22일 송고한 'WSJ "아시아, 과잉부채가 성장 발목…한국이 축소판"' 기사 참고)

돕스 디렉터는 MGI가 2013년 4월 한국 경제 전반을 분석한 '신성장 공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을 때는 위기 대응력이 떨어진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라고 비유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다음은 돕스 디렉터와의 일문일답.

-- MGI는 한국을 '가계부채 7대 취약국' 중에 넣었지만 한국 당국은 한국의 가계부채는 소득과 자산이 많은 계층에 집중돼 있고, 은행들의 손실흡수능력도 충분해 '관리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이에 대한 생각은.

▲ 2008년 금융위기에서 봤던 것처럼 지속 가능하지 않은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리세션)로 귀결되는 치명적 조합(deadly mix)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특정 국가가 위기를 겪을지 여부는 다수 요인에 달렸다.

그 중 하나는 누가 돈을 빌리고 있느냐다. 미국은 2007년 전에 중산층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가장 크게 올랐고, 그다음이 저소득층이었다.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사람들이 직업을 잃기 시작하자 그런 가계 중 다수는 빚을 갚을 수 없었다.

덴마크와 미국을 비교해 보자. 덴마크는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미국의 2배인 267%로 매우 높았다. 그러나 덴마크는 최고 소득계층이 가장 많은 빚과 레버리지를 갖고 있었다. 이들은 소득 수준도 높고 경제둔화 시기에 의지할 자산도 있었다.

그래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도 덴마크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연체율은 0.6%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부채비율이 높았던 미국은 모기지 연체율이 정점일 때 12%에 달했다.

한국도 현재 가계부채 수준이 지속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MGI)가 보기에는 모니터가 필요한 몇 가지 걱정스러운 신호가 있다. 그 중 하나는 2008년 이래 소득에 비해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우리가 표본으로 삼은 국가 중 가계부채가 가장 크게 늘어난 곳 중 하나다.

게다가 한국은 집값 상승이 나타나고 있고, 채무상환비율도 올랐다. 큰 부채 부담은 경제가 둔화할 때 금융 변동성을 가져올 수 있다. 당국이 가계부채 상황을 세심히 모니터하고, 향후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을 쓰는 게 중요할 것이다. 한국 경제는 다수의 잠재적 충격에 노출돼 있기도 하다.

--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도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를 25bp씩 세 차례 낮췄고 이후 가계부채는 더 늘어났다. 그렇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정책 오판인가. 한은은 올해 1~2번 정도 기준금리를 더 낮출 것이라는 예상도 있는데, 가계부채 위험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더 내리면 안 되는가.

▲ 중앙은행의 정책은 다수 요인에 기반을 두며, 주로 성장과 고용 및 인플레이션에 등과 관련된 매우 광범위한 우려에 의해 결정된다.

주택시장 과열에 대해 명백하게 걱정되는 게 있다면 이에 대처할 다른 방법이 있다. 우리가 보고서에서 말했던 것처럼 거시건전성 정책이 그 예다. 거시건전성 정책은 우선 가계가 지나치게 빚을 내는 걸 제어하고 과열된 시장을 식히는 게 목적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가변적으로 적용해 집값이 빠르게 오를 때는 주택구매자가 낼 선지급금(down payment)을 올릴 수도 있다. 주택거품을 차단하기 위한 다른 방법으로는 은행에 대한 자본 및 지급준비금 요건을 일시적으로 높여 신용 공급을 제한하는 것도 있다.

나는 2007~2013년 한국에서 살았는데, 당시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던 기억이 나는데, IMF는 (당시 한국에) 금리 인상을 주문했다.

나는 디플레이션을 인플레이션보다 더 큰 위험이라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그렇다.

--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대내외 위험 요인에는 무엇이 있나. 한국 내에서는 미국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돌입하면 한은도 기준금리를 따라서 올릴 수밖에 없어 가계부채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런 우려는 타당한가.

▲ 한국은 가계부채의 다수가 변동금리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가계부채 상환액이 자동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한국에는 확실히 위험이 있다.

금리가 낮을 때는 원리금 상환이 괜찮을 수도 있지만, 금리 상승은 가계소득의 더 많은 부문을 (부채 상환 목적으로) 빼앗아갈 것이다. 부채 상환이 계속되더라도 이는 다른 형태의 소비를 줄여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둔화시킬 것이다. 최악의 경우 일부 가계는 부채를 못 갚고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이 연준을 따라 금리를 올려야 하는지는 우리에게 명확성이 떨어져 보인다. 원화 강세가 (양국의 통화정책 간에) 다소 차이가 있을 여지를 시사한다.

한국은 대신 유럽연합(EU)의 심각한 문제나 지정학적 이벤트, 에너지 가격의 상승 또는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 같은 다음번에 발생할 글로벌 쇼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중국 경쟁기업들의 부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우리가 2013년 보고서에서 말했던 구조조정이 더욱더 필요하다. 물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개구리(한국 경제)는 이제 도약할 준비가 돼 있나.

--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한국 당국이 어떤 정책 대응을 하는 게 적절한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까. 아니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LTV 같은 규제를 다시 강화해야 하나.

▲ 금리를 사용하기보다는 LTV나 DTI, 은행이 모기지에 대해 보유해야 할 자본을 제한하는 정책 등이 가계부채 증가를 늦추는 데 더 나은 방법이다. 한국은 과거 이런 정책에 대해서는 세계적 수준에 속하는 사례였다. (변동금리 대출 중심에서)고정금리 대출로의 전환도 검토해야 한다.

-- 가계부채 외에 한국의 공공부문 및 기업부문의 부채에는 별다른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가.

▲ 한국 정부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44%로 매우 낮다. 이는 바람직하다.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 등 큰 규모의 자산을 가진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비금융기업들의 부채는 GDP의 105%에 달해 많다. 미국은 이 비율이 67%다. 한국의 성장률이 둔화하거나 금리가 오른다면 내수시장에 더 치중한 기업들은 채무상환이 어려울 수도 있다. 당국이 기업부문 중 어떤 섹터의 부채가 가장 많은지, 지속 가능한지를 모니터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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