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민연금이 이제 보건복지부의 품을 떠날 때가 된 듯하다. 청와대발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는 1천702조원의 세금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가 나오는 등 국민연금 관련 이슈가 복지에서 재정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어서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휴일인 지난 10일"(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다면 향후 65년간 미래세대가 추가로 져야할 세금부담만 1천702조원, 연간 26조원에 달한다"며 정치권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강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1988년 직장인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국민연금은 전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마지막 버팀목이다. 특히 사회적 안전망이 태부족인 우리나라에선 복지의 개념을 국민들에 인식시킨 선봉장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이 국민총생산의 50%에 육박하는 500조원을 운용하는 거대 기금으로 성장하게 된 것도 복지 개념에 충실한 운용 철학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복지의 프레임만으로 국민연금을 바라볼 수 없게된 듯하다.

청와대와 여당이 인정했듯이 국민연금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가계의 저축률 등 각종 경제지표까지 왜곡할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국가 재정 차원의 고려 없이 운영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가계 저축률 급락의 주범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가계의 부채와 가처분 소득을 산정할 때 지출로 계상되는 탓에 통계적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항목이다. 우리나라 가계의 저축률이 1995년 17.0%에서 2010년 기준으로 3.9%까지 하락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국민연금 납입이 지목됐다. 기본적으로 가계의 저축률 하락은가계의 소득 증가 둔화 탓이지만 우리나라의 사회보험 발전 단계가 낮은 데도 원인이 있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2010년 당시 기획재정부는 가계의 순저축에서 국민연금 납부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8년 2.3%에서 2000년 기준으로 26.5%로 수직 상승한 데 이어 2010년에는 무려 57.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 저축성으로 납입하는 금액의 절반 이상이 강제성을 띠는 국민연금이라는 의미다. 가처분 소득에서 국민연금 납부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1988년 0.6%에서 2010년 2.2% 수준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통합재정수지가흑자인 나라

우리나라는 사회부담금에서 사회수혜금을 제외한 순사회부담금이 아직 흑자국가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가계는 쪼들리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순사회부담금 요인을 제외하면 2010년 기준으로 3.9% 수준인 가계저축률이 11.0%로 무려 7.1% 포인트나 급등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계부채비율도 당시 기준으로 155.4%에서 142.5%로 개선되는 것으로 진단됐다.

가계저축률을 구축(crowding-out)하는 순사회부담금은 2020년 22조1천억원을 정점으로 2030년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됐다.

국민연금을 포함하는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올해GDP의 0.4%에 이르는 6조8천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 등 선진국들이 GDP 보다 많은 적자누적적자 탓에 재정정책을 쓰지 못하는 경우와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부터통합재정 수지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하는 우리나라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보건복지부 품에 머물러 있기에는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져버렸다. 이제 복지 차원을 넘어 국가 재정 운영의 핵심변수가 되고 있는 국민연금을 범정부차원에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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