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필호 美 쿠싱운용 부사장

(휴스턴=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세계적인 마스터합자회사(MLP)펀드 전문 운용사인 쿠싱자산운용 내 유일한 한국인, 조필호 부사장.

그는 에너지, 특히 MLP 시장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손엔 미국 내 에너지 수송관이 그려진 미국 지도와 각종 시뮬레이션 수치가 담긴 보고서가 한아름 들려 있었다.

조 부사장은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사용량의 99%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자 목표"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는 우리 모두가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삼성이 육성한 국제금융 전문가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국제무역을 공부한 조 부사장은 삼성 그룹이 국제금융가 양성 과정의 일환으로 1년간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으로 보내준 연수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인수합병(M&A) 전문가가 필요했던 삼성이 조 부사장에게 세계 투자 시장을 경험할 기회를 주면서 그는 해외 에너지 시장에 눈을 떴다. 삼성물산에서 해외 투자업무를 오래 담당하며 글로벌 에너지 밸류 체인 관련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렇게 그는 2011년 가족과 함께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에너지 시장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된 세 번째 미국 생활에서 그는 쿠싱자산운용을 만났다. 40여명이 근무하는 쿠싱자산운용에서 외국인은 단 두 명, 조 부사장과 인도 출신 매니저뿐이다.

그는 "이곳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은 에너지 투자와 관련된 일에 평생을 몸담은 사람들"이라며 "에너지 투자 시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미국까지 온 내게 여기서 일하게 된 것은 행운이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미국 내 종합자산운용사도 에너지 섹터를 따로 커버하는 경우가 드문데, 쿠싱자산운용은 에너지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다 보니 MLP시장만 7~8명의 애널리스트가 커버한다"며 "에너지 밸류체인을 보고, 듣고, 느끼고자 텍사스를 찾은 내게 이곳은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 에너지 수송관 등 인프라(미들스트림)에 투자하는 MLP 관련 기업은 상장사 시가총액만 800조원에 달한다. 불과 3~4년 전보다 두 배 넘게 성장한 MLP 시장에는 올해만 열댓 개 관련 기업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조 부사장은 "에너지 시장의 수송 인프라를 책임지는 미들스트림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미들스트림에 투자하는 MLP 펀드는 에너지 가격 변동성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도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 남부 지역에서 원유 탱크 백여 개를 실은 기차가 탈선해 30여명이 사망한 사고를 떠올렸다. 미국이 에너지 설비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조 부사장은 "미국이 셰일을 내세운 에너지 혁명을 주도하면서 설비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것은, 에너지가 생산되는 지역과 소비되는 지역 간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며 "미국 내에서 그치지 않고 세계적으로 에너지 혁명의 주도국이 되려면 안정적인 운송을 위해 미들스트림에 대한 투자 증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 에너지 설비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는 금액은 향후 10년간 700억달러가 넘는다.

그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우리 돈으로 900조원에 가까운 투자가 에너지 설비 투자에 진행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 상황에서 미들스트림의 바게닝 파워는 커질 수밖에 없고, 원유가격 등의 변동성과 관계없이 MLP의 꾸준한 배당이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쿠싱자산운용이 위탁운용을 담당하는 '한국투자미국MLP특별자산펀드'는 설정 이후 12%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유가가 반 토막이 나는 변동성 속에서도 꾸준한 배당과 운용수익이 MLP 펀드의 가능성을 증명한 셈이다.

조 부사장은 "미국에서는 대다수의 연기금과 법인 등 기관투자자가 MLP 펀드를 선호한다"며 "공ㆍ사모형 펀드에서 기관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가까이 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개인은 물론 기관이 에너지 인프라 등 대체투자에 이제 막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단계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여유자금이 미국 에너지 시장에 간접적으로나마 투자해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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