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가 고려중인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 분리에 대해 한마디 짚고 넘어가야 겠다. 무엇보다 거래소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거래소 노조는 지난 26일 성명서를 통해 투자자보호와 자본시장안정을 포기한 코스닥시장 분리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코스닥 시장을 분리하려는 증권당국의 목적은 간명하다. 거래소의 `2부 리그'로 전락한 코스닥을 당초 취지대로 혁신적 기술을 가진 기업들의 인큐베이터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것이다.

코스닥시장의 벤치마크는 나스닥이다. 애플과 구글, MS와 페이스북 등을 탄생시킨 나스닥처럼 IT강국에 걸맞는 토양을 가능성있는 기업에게 지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코스닥의 역사는 상처투성이다. 1996년 7월 지수 1,000으로 출발해 2000년 버블붕괴를 겪으면서 쪼그라든 지수 자체를 열배로 튀겨 다시 산출하기도 했다. 지금의 코스닥지수 700은 최초 기준으로 단순 대입하면 70에 불과하다.

기대가 컸던 코스닥 시장의 현 주소는 이처럼 지수를 기준으로 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코스닥시장 분리 주장이 다시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지부진한 현 상황을 벗어나게할 과감한 혁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코스닥 시장은 2005년에 증권거래소·선물거래소와 함께 한국거래소로 통합됐다. 그러나 거래소로 통합되면서 코스닥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규제가 유가증권 시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강화됐다는 불만이 벤처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거래소는 통합 후 코스닥 시장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다할 반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 조만간 출범할 대체거래소와의 경쟁에서 시장점유율을 지켜내기 위해 코스닥시장을 잡고 있으려는 게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거래소가 노조의 입을 통해 주장한 `코스닥시장 분리음모'라는 비난에 앞서, 과연 개인투자자들과 중소, 스타트업 기업들의 관심 영역인 코스닥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해 왔는 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야심차게 개발했다고는 하지만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아 유명무실해진 달러옵션, 개별주식옵션, 돈육선물, 섹터지수선물, 온실가스현물 등 거래소의 신규 상품들에 대한 반성도 짚고가야 할 부분이다. (산업증권부장)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