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길이 막혀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던 정유업계가 최근 수출 환경이 개선되자 한숨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고정 거래처 부족으로 남는 제품을 국제 석유거래시장에 떠밀어야 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 개별 거래처 등 엔드 유저로의 직접 수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1일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국산 석유제품을 받아주는 곳이 부족해 다소 이익이 줄더라도 사겠다는 곳에 내던졌던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원유 시장은 다소 침체된 반면 수출 시장은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가 싱가포르와 네덜란드로 휘발유·경유·윤활유·항공유 등 석유제품을 수출한 규모는 올들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1분기 국제석유시장이 있는 싱가포르와 ARA거래소를 둔 네덜란드로의 국산 석유제품 수출액은 15억8천268만달러와 1억7천455만7천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50%, 73% 하락했다.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된 점과 계절 수요 등을 감안해 수출 규모를 비교해도 각각 8%, 54%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반면 중개시장행 제품이 줄어들면서 일부 국가로의 수출 비중은 확대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미국과 호주, 중국, 홍콩을 중심으로 수출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으로의 수출규모는 지난해 같은기간 394만배럴에서 1천123만5천배럴로 3배 가량 뛰었고, 중국도 1천668만3천배럴에서 1천905만9천배럴로 14.24%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544만6천배럴의 국산 석유제품을 수입했던 호주도 올들어 2배가 넘는 1천111만3천배럴을 수입했고, 홍콩도 730만5천배럴로 2배 가량 늘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석유제품은 엔드 유저에게 수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중개시장으로 내몰리는 수요는 올들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석유제품 수요를 자극시킨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100달러 이상을 유지하던 국제유가는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급락해 40달러선까지 떨어졌다가 올들어서도 6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석유제품 수요는 나날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보고서를 통해 2015년 글로벌 석유 소비는 전년보다 하루 10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2위 석유업체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석유 수요 증가분을 최대 150만배럴로 예측한 바 있다.

아울러 시장조사기관 IHS는 1분기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가 하루 70만배럴 가량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전 세계 석유 소비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수송 부분에서의 수요 증가세 때문이다. 저유가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중·대형 차량 구매가 증가하고, 중국 내 자동차 판매 규모가 확대된 점이 영향을 끼쳤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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