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에 배정된 '황금티켓' 2장을 거머쥐기 위한 대기업의 사활을 건 전쟁이 막을 열었다.

관세청은 1일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신청 접수를 마감하며 엄중한 심사를 거쳐 내달 중순 이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현재까지 출사표를 던진 대기업 7곳 가운데 재무건전성에서 우위를 가진 곳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총 1천점 만점인 사업자 선정 기준에서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이 300점으로 배점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최근 2년간 자기자본비율과 부채비율, 이자보상배율, 신용평가 등급, 회계 감사 관련 내부 통제제도의 적정성 확인을 위한 자료 등으로 재무건전성을 평가한다.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7개 대기업 가운데 현대백화점과 한화갤러리아, 롯데 등이 양호한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강남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선정한 현대백화점의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부채비율은 각각 66.66%, 50.01%였다. 2013년 말과 비교해 자기자본비율은 3.34%포인트 상승했으며 부채비율은 7.93%포인트 낮아졌다.

기업의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을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작년 말 72.66배로 전년 말 46.09배보다 개선됐다.

중견·중소기업과 초기 자본금 100억원으로 합작법인 현대DF를 설립한 현대백화점은 향후 자본금 규모를 1천500억원대로 늘릴 예정이다. 면세점 운영에 필요한 투자비도 100% 자기자본으로 조달해 무차입경영에 나설 방침이다.

한화그룹에서 제주공항면세점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작년 말 자기자본비율과 부채비율은 각각 69.48%와 43.93%로 전년 동기보다 0.94%포인트, 1.96%포인트 개선됐다.

여의도 63빌딩을 서울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한 한화는 작년 6월 제주공항면세점 오픈 첫해에 흑자달성을 이뤘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작년 기준으로 70%대 자기자본비율과 40%대 부채비율, 차입금 제로의 우수 재무건전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중원면세점과 함께 동대문 피트인을 후보지로 선정하고 면세점사업 경쟁에 합류했다. 호텔롯데의 작년 말 자기자본비율 66.6%, 부채비율 50.1%를 유지했으며 면세사업은 지난해 매출 총이익의 85.7%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마땅한 면세점 부지를 찾지 못해 고심하던 호텔신라는 용산 아이파크몰을 면세점 사업에 활용하려는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HDC신라면세점 합작법인을 출범했다.

호텔신라의 지난해 말 자기자본비율은 38.27%, 부채비율은 161.30%, 이자보상배율은 5.32배로 양호하지만, 경쟁업체에 비해서는 낮은 상황이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작년 말 재무안정성이 크게 개선됐다. 자기자본비율은 46.7%로 4.3%포인트 높아졌고 부채비율은 114.3%로 21.4%포인트 낮아졌다.

면세점사업을 맡을 신세계DF를 설립한 신세계의 작년 말 자기자본비율은 45.00%, 부채비율 122.23%이었다.

신세계는 지난 2012년 센트럴시티 인수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했지만, 올해 들어 해외 영구채 발행과 삼성생명 주식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올 상반기에만 6천500억원가량의 현금 유입 효과로 부채비율도 9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그룹의 상징인 명동 백화점 본관을 시내 면세점으로 활용한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는 동대문 케레스타를 면세점 후보지로 확정했다. SK네트웍스의 작년 말 부채비율은 237.72%로 높고 자기자본비율은 29.61%로 낮아 경쟁업체보다는 재무안정성 부문에서 약한 상황이다.

면세점 사업에 가장 늦게 뛰어든 이랜드그룹의 경우 세계 최대 면세기업 듀프리, 중국 최대 여행사 완다그룹과 손을 잡았다.

그러나 출사표를 던진 대기업 가운데 이랜드그룹이 가장 취약한 재무안정성을 보이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2조2천272억원이며 부채비율은 261%에 달했다.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자 이랜드그룹은 최근 1조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수도권 지역 11개 아웃렛과 백화점 점포를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매각에 나서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에 참여하는 대기업들이 재무건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무리하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면세점 투자 비용을 대부분 내부 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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