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베이비부머들이 살고 있는 집을 팔아서라도 부채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하는 마지막 베팅에 몰리고 있는 느낌이다.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충격이 메가톤 급일 것으로 진단되면서다. 이렇듯 뭔가 께름칙한 느낌이 든 것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연합인포맥스 창립 24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다.

`2015년 하반기 한국경제 대전망'을 주제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우리 경제를 책임지는 부처 핵심 실무 관계자들이 연사로 나선 이날 행사의 백미는 '1% 금리 시대의 생존전략' 이라는 주제로 열린 2부 토론회였다.

늘 우리 경제의 가장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교적 솔직한 견해를 드러냈다.

발제자인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018년부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향후 2~3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겠지만 2018년 이후부터 수급구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 호전을 계기로 건설사들이 밀어내기식으로 분양하는 아파트 공급 과잉과 2018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베이비부머의 퇴장이 맞물린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낀 자가 주택을 소유한 경우는 낭패를 볼 수도 있을 것으로 진단됐다. 주택담보대출 대부분이 거치식 일시 상환 방식인 탓이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가 일시상환 압박에 노출될 주택담보대출을 얼마나 부담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주식시장 전망을 담당한 마이클 나 노무라 증권 스트레티지스트도 송박사의 의견에 일부 동의하는 자료를 내놓았다.

나 스트레티지스트는 "한국의 적극소비인구가 2013년부터 줄고 있어 노후 준비 취약, 노인빈곤율 1위 등을 고려할 때 (주택)사이클이 좋아져도 (주택수요는) 구조적으로 하락한다"고 내다봤다.

두 전문가의 견해가 맞다면 베이비부머는 부동산 경기가 좋은 지금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부동산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량인 늘어나는 지금부터 부채를 줄여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자칫 잿빛 은퇴시기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58년 개띠' 세대로 일컬어지는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는 1955년부터 1963년생까지 712만명에 달한다. 한국 전쟁이후 출산붐을 타고 산업화를 주도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온 이들이 이제 마지막 베팅을 강요당하고 있다. 힘겹게 지켜온 집 한 채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너무 야속하지만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외환위기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모진 풍파를 온 몸으로 견뎌냈던 베이비부머들의 삶이 너무 고단해진 것 같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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