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대기업 7곳이 모두 특허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1일 관세청에 따르면 대기업 몫인 2곳의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HDC신라면세점, 신세계, 현대백화점, 롯데면세점,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이랜드는 모두 특허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서울본부세관은 각 대기업이 제출한 사업계획서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면세점 후보지 등의 현장을 직접 찾아 후보지와의 관광 연계 및 고용, 지역 경제활성화, 지역상권과의 상생 등의 효과를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현장 실사를 거쳐 특허심사위원회에 후보업체를 올리면 내달 중순 이후에 최종 선정 업체가 발표된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과열경쟁으로 공정성 시비가 나올 것을 우려해 관세청이 발표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 몫인 '황금티켓' 2장을 거머쥐고자 본선경쟁에 뛰어든 대기업들은 각자의 장점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오너들이 직접 면세점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독려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쟁쟁한 대기업들이 참여한 만큼 최종 사업자 선정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분위기다.

한화갤러리아는 이날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며 사업권 획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황금색인 여의도 63빌딩을 후보지로 선정한 한화갤러리아는 노량진 수산시장과 선유도공원, 한강공원, 국회의사당 등과 함께 외국인 관광벨트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유통 등 서비스사업 분야에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어 면세점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확보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손을 맞잡아 세운 HDC신라면세점은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올해 초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용산 아이파크몰을 통해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유통업계에서는 의문점을 나타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면세점 부지를 찾지 못하던 면세점 강자 호텔신라와 손을 잡고 경쟁업체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호텔신라의 명품 소싱 능력 등 면세점 노하우와 현대산업개발의 용산 아이파크몰의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또한 아이파크몰에 6만5천㎡ 면적의 세계 최대 도심형 면세점 'DF(듀티프리)'를 지을 예정이다.

신세계는 그룹의 모태인 백화점 명동 본관을 면세점으로 바꾸는 승부수를 던졌다. 주변 근대건축물을 통해 프리미엄 문화면세점을 제시하고 남산과 남대문시장, 명동을 잇는 관광벨트를 만든다.

현대백화점은 유일하게 면세점 후보지로 강남을 선택하면서 입지의 강점을 강조하고 있다.

면세점이 강북에 편중된 상황에서 컨벤션센터와 특급호텔, 카지노, SM타운 코엑스몰 등의 인프라를 보유한 무역센터점을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의 강남지역 유입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각각 동대문 피트인과 케레스타를 면세점 후보지로 확정해 동대문에 몰려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잡을 계획이다.

30년 노하우의 면세점 운영 능력을 갖춘 롯데면세점은 특히 중원면세점과 손을 잡아 롯데는 패션·시계·액세서리 등을, 중원면세점은 술·담배·잡화 등을 취급한다는 복합 면세타운 계획을 내놨다. 또한 동대문 디자이너 브랜드와 국산 SPA브랜드를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매장에도 유치하며 국산품 매장을 전체 면적의 약 50%로 배치한다.

SK네트웍스는 새로운 시내면세점과 관광 인프라에 총 4천500억~5천5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그룹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와이파이(Wifi)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면세점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동대문 주변상권을 모바일 네트워크로 연계할 전략이다.

이랜드는 홍대 입구 서교자이갤러리를 면세점 후보지로 낙점하고 이대-신촌-홍대의 쇼핑벨트를 넘어 K-컬쳐허브인 상암동까지 연결해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특히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세계 최대 면세기업 듀프리, 중국 최대 여행사인 완다그룹과 협약을 맺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후보지로 내세운 곳이 모두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주변 상권 활성화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경쟁이 과열된 측면도 있지만, 국내 면제점 사업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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