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삼성물산 3대 주주로 올라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에 보유 주식을 현물 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라는 요구를 담은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제일기획, 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 주식을 현물로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치라는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5일 "엘리엇 측에서 어제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보냈다"고 확인했다.

지난 2일까지 삼성물산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던 엘리엇은 지난 3일 2.17%를 추가로 사 보유 지분을 7.12%로 늘렸다고 전일 공시하고서, 제일모직과의 합병 조건이 삼성물산 주주들에 불리하게 산정됐다며 합병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엘리엇이 삼성물산에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보낸 것은 삼성물산에 대한 경영 참여 신호탄으로, 주가 부양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 보유 수량을 공시한 전일 삼성물산 주가는 10.32% 급등했고, 이날도 9.50% 상승 마감했다.

다만 엘리엇의 요구대로 삼성물산이 주요 계열사 보유 지분을 배당으로 내놓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통합 삼성물산을 사실상 지주사로 활용하려는 계획인데, 보유 지분을 배당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의미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현물 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을 요구한 것도 이런 삼성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파고든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주주제안서 내용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릴지는 내부적으로 검토가 필요하고, 이사회 의결도 필요한 사안"이라면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 주총을 내달 17일 열 예정이다.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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