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홍경표 기자 = 삼성물산 3대 주주(7.12%)로 올라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엣 매니지먼트가 삼성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삼성물산에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9.79%)인 국민연금에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하라고 서한을 보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5일 국민연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라는 내용의 공식 문서를 발송했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삼성물산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삼성SDI(7.39%)와 삼성화재(4.79%) 등 삼성 계열사에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삼성 관계자는 "엘리엇 측이 삼성물산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요 계열사에 합병과 관련한 공문을 보낸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은 국민연금을 자신들의 우호 세력으로 끌어들여 삼성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계열사인 삼성SDI와 삼성화재에까지 관련 공문을 보낸 것은 항후 벌어질 수 있는 법적 분쟁까지 치밀하게 계획한 엘리엇의 노림수로 해석된다.

합병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내달 1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삼성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등 우호 지분을 13% 가량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삼성물산으로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협조가 절실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국민연금이 삼성의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Pension Fund Could Be Samsung Kingmaker)'는 기사를 통해 국민연금의 결정이 양사 합병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국민연금이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지지하지 않았고, 양사 합병은 무산됐다는 사실도 함께 소개했다.

엘리엇이 삼성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감에 따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과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 등 계열사 사장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삼성은 이미 최치훈 사장과 윤주화 사장을 필두로 합병 대응 IR팀을 꾸렸다. 최치훈 사장은 지난주 홍콩으로 날라가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을 접촉하고서 전일 귀국했다.

최 사장은 귀국 직후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합병 관련 일로) 너무 바쁘다"면서도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최 사장이 홍콩 출장길에서 엘리엇 관계자들을 직접 만났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엘리엇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이들의 속셈이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접촉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삼성은 그 대신 글로벌 주요 투자자들을 만나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를 수단으로 철저히 사익을 추구하는 벌처펀드(Vulture Fund)에 대한 반감을 유도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일부 주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경향이 나타나고는 있으나, 다수의 건전한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그들의 행태에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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