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 경제가 어둡고 긴 터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국내외 경제환경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만큼 불투명하다. 이르면 9월, 늦으면 12월로 예정된 미국의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3~4년간 고난의 시기를 견뎌야할 지도 모른다.

대외 경제환경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의 엔저는 국제 역학관계와 맞물려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환율전쟁의 방아쇠를 당겨 120엔대로 올려놓은 달러-엔 환율은 미국의 금리인상을 만나 추가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최소 3~4년 간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엔저도 같은 기간 내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1990년대 중후반 미국의 금리인상기에도 4년간 엔저가 지속됐다. 당시 달러-엔 환율은 147엔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2017년말 예상하는 기준금리는 3.75%이다. 3년 뒤에 미국의 금리가 이 정도로 올라간다면 우리에겐 혹독한 시련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국에서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국내 경제펀더멘털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뒤따라 올려야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1천조가 넘는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부 경제환경의 변화 속에 한국 경제의 전성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먹거리인 수출마저 원화 강세 여파로 계속 휘청이고 있다. 일본은 엔저를 무기로 우리 수출시장을 잠식했고, 중국은 무서운 기술로 무장한채 따라오고 있다. 중국에서 선전하던 우리 중공업.화학 기업들은 이미 설 땅을 잃었고 첨단기술(IT) 업계마저 추월당하기 시작했다. 환율전쟁을 통해 국가적인 지원을 받는 일본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을 따돌리고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몇년 전부터 걱정했던 '넛크래커(중국과 일본 틈바구니에서 위축되는 현상)'가 현실화된 것이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셈이다.

우리 중견기업들은 이미 몰락의 과정을 걷고 있고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삼성그룹과 현대차도 흔들리고 있다. 현대차는 엔저 여파로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으며 내수도 수입차 공세에 밀려 침체에 빠진 상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화는 중국의 저가공세와 애플의 프리미엄에 밀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유엔미래보고서 2040에 따르면, 2015년에 시작된 세계의 경제불황이 2019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굳이 유엔미래보고서의 전망을 들지 않더라도 세계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불황의 장기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으로 대표되는 뉴노멀이 세계 경제를 깊은 터널로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불황에서 탈출하려면 적어도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나야 하고, 중국이 금융위기 없이 성공적으로 금융 개혁과 개방을 마무리 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위기 상황을 상정한 시나리오를 짜고 대비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로드맵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처럼 대외 위기를 맞이하면 나라 전체가 도탄에 빠질지 모른다. 상황 파악 부재, 초동 대응 실패, 정보 비공개 등 고질적인 악습을 경제문제에서만큼은 반복하지 않기를 기원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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