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주에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춘계 한국 포렉스클럽(회장. 외환은행 하종수 부장) 세미나에 다녀왔다. 다양한 강의와 토론이 이어진 가운데, 참석한 딜러들의 관심사는 한마디로 말하면 '어떻게 하면 불세출의 딜러가 될 수 있을까' 였다.

딜링이라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사업(Business) 가운데 하나이며, 딜러라는 직업은 항상 온몸을 던져 이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 모든 금융기관의 딜러 직군(職群)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희망자가 항상 넘치다 보니 평판을 유지하지 못하면 언제 후선 부서로 밀려날지 모른다.

이들은 살아남고자 동료와 선배의 매매기법을 옆에서 도제식으로 배우고 실전을 통해 터득한다. 제시 리버모어, 조지 소로스, 리처드 데니스. 스티브 코헨과 같은 전설적인 트레이더에게서도 내공을 전수받지만 왕도란 없다. 상황과 시점에 따라 정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세미나가 진행되는 사이 사이에 '딜러는 타고나는 것인가, 훈련될 수 있는가'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 이들에게 '매매의 비밀' 한 자락을 귀동냥해 봤다.

이들은 시세에 대한 태도가 딜러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을 이기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추세에 맞서지 마라. 시세는 언제나 옳다. 틀린 쪽은 언제나 사람이다.'

또 매일 매매에 성공할 수 없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보는 한시도 쉬지 않고 항상 거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래량으로 승부를 겨루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거래를 빈번하게 많이 하다 보면 상대의 포지션을 알게 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는 너무 큰 비용을 치르는 미련한 짓이다.

뿐만 아니라 비밀 정보를 지나치게 좋아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시장의 '호구'는 남의 말만 늘 연구하며, 이들은 정교하게 조작된 역정보에 넘어가기 일쑤다. 매매의 가장 큰 적은 무지 탐욕, 두려움, 욕심이다. 항상 8/1에서 포지션을 잡거나 매도하려는 강박감에 시달리는 것도 정신 건강에 해롭다.

이밖에, 판단이 잘못됐으면 손실을 인정하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손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호주머니와 영혼이 괴롭다. 팔고 싶을 때가 아니라 팔 수 있을 때 팔아야 한다. 외환거래에서는 손절매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알파요 오메가다.

마지막으로 딜러들은 '불세출의 딜러'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을 지적했다. 다름 아닌 육체와 정의 건강성이다. 육체의 건강은 멘탈에 영향을 준다. 모든 거래는 뒤죽박죽이 된다. 예컨대 어떤 딜러가 평소에는 멀쩡하다가 특정 상황이 임박하면 심장의 맥박이 필요 이상으로 뛰는 경우가 있다고 치자. 이런 증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딜러들에게는 흔한 케이스다. 이들이 꿈꾸는 담대한 '사자의 심장'은 인간의 육체적 메카니즘상 불가능한 '로망'일 뿐이다. 이런 증상 뿐만 아니라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신체 일부의 미미한 움직임에도 귀 기울이고 사전 점검과 평소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음주를 조절하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은 직업에 대한 엄숙한 의무인 셈이다.

결국 딜러는 '정신과 육체의 관리'에서 승부가 난다는 얘기였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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