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한국은행 주변에 최근 영남(PK·TK) 인사들이 넘쳐나고 있다.대부분이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들로 포진해 정권말을 앞두고 '제사람 심기'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금융권에서는 신임 금융통화위원 선임 과정을 비근한 사례로 꼽는다. 지난 23일 임명된 신임 금통위원 4인 중 3인이 영남 출신이다. 통화정책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인선의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추천을 받아 임명된 정해방 금통위원은 경북고를 졸업한 TK(대구·경북) 출신이다. 금융위원회가 추천한 하성근 위원과 대한상공회의소가 추천한 정순원 위원은 모두 경남 진주 출신이다.

친정부 성향의 이력까지 가미되면서 이들의 지역적 색깔이 더 도드라지는 모양새다.

정해방 위원은 기획예산처 차관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인 데다 이명박 대통령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 위원도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 중 한 명이었다. 정순원 위원은 이 대통령이 청춘을 바쳤던 옛 현대그룹 계열 CEO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선임된 한국금융연수원장도 영남 출신이 차지하면서 지역 안배 논란은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수원은 전날 이장영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원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신임 원장은 경북고를 졸업한 TK 출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말기의 제사람 심기 현상이 이번에도 반복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은 직원들의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그간 금융연수원장은 주로 한은 출신들이 진출했던 자리였다. 이번에도 임기를 앞둔 한은 임원이 적극적으로 지원 의사를 밝혔으나 고배를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자 취업 제한 강화로 재취업 문이 크게 좁아진 마당에서 기존의 '한은몫'마저 정부측 인사에 넘겨줘서야 되겠느냐는 자괴감까지 나온다.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까 봐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한은 관계자는 "직전 금융연수원장도 정부측 인사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한은에 신입직원으로 입행해 15년 가까이 근무했다는 점에서 그래도 한은 출신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연수원장 인선은 완전한 외부 인사로 교체된 것이어서 내부적으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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