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점 대비 반토막난 현대자동차 주가가 우리나라 제조업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차가 연구·개발(R&D) 대신부동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등 패러다임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고점 대비 반토막난 현대차의 주가 일봉 차트>

익명을 요구한 대형 증권사의 최고위 관계자는22일 고점대비 반 토막이 난 주가가 현대차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최근 차 산업은 에너지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무인화와 전자제품화를 반영하는 데 현대차가 이를 얼마나 따라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수소차 등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와 무인자동차 시대 등에 대비해연구·개발(R&D)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지만 현대차만 동떨어진 행보를 보였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최근 현대차와 기아차의 R&D 투입 비용이 자동차 한 대당 463달러와 497달러에 그쳤다.

엔화 약세를 바탕으로 약진하고 있는 일본 업체는 자동차 한대당 R&D 투입 비용을 현대·기아차의 네배 가까이 쏟아부으며 격차를 벌여나가고 있다. 혼다 1천910달러, 닛산 1천395달러, 도요타 1천124달러 등으로 집계됐다 .

자동차 산업의 지진아 취급을 받던 미국의 GM과 포드도 R&D 비용을1천121달러와 1천13달러 씩 투입하는 등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업체가 R&D 비용을 대거 투입하는 까닭은 앞으로 자동차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를 수험생에 비유하자면 유럽, 미국, 일본 등 1등에서 4등까지의 우등생들은 수소와 전기차 등 다양한 경향의 문제를 풀면서 대비하는 반면 현대차는 반에서 5 등한 그동안의 성취에 만족해 자축 파티를 즐긴 셈이다.

현대차는 삼성동 땅 사는 데 10조원 쓰고 7조원 더 들여서 빌딩 짓는다며 여유자금 40조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부동산에 투입한다고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의 국내 부동산 투자에 경악하며 앞다퉈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자동차 소재가 연비 향상 등을 위해 강판에서 탄소섬유 등으로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로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현대제철 등을 소유해 일관제철의 꿈을 이뤘지만 자칫 현대차에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제철 업종에 뒤늦게 진출한 반면 IT부문에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R&D 인력 가운데 IT 인력이 다른 자동차 회사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이 될 수 있다. R&D를 주도하는 인력이 IT부문보다 기계 설비 중심이다보니 패러다임 변화를 따라 잡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런 지적을 의식해 2018년까지 4년간 친환경 기술과 스마트자동차 개발을 담당할 인력 3,251명을 포함, 총 7,345명의 R&D 인력을 채용하기로 했다.

앞으로 4년간 현대차가R&D 성과를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빨리 적응하기를 바란다.현대차의 비중을 감안하면 그래야 우리나라 제조업에도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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