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7일 새벽(한국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8강전에서 미국과 중국이 맞붙었다. 우승후보 미국과 아시아의 강자 중국이 진검승부를 펼친 이날 경기는 미국의 날카로운 공격과 중국의 철통같은 수비가 경기내내 이어져 박진감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이 승리한 이 경기는 한골로 승부가 갈렸다.

이 축구 대전은 세계의 경제.정치.외교 파트너가 된 두 나라 대결의 축소판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하루 앞서 미국과 중국은 전략경제대화를 했다. 치열한 승부를 가렸던 여자축구처럼 미국과 중국의 대화도 치열한 공방전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매년 5~6월 열리는 美·中 전략경제대화는 해가 갈수록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에도 안보와 경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사사건건 의견대립이 있었다. 북한 문제에서만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이 이뤄졌을 뿐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경제이슈에서는 양쪽 모두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경제이슈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 상대방이 자기나라 기업을 차별한다고 했다. 안보 부문에선 미국 정부전산망 해킹 문제를 놓고 공방전을 벌였다. 특히 미국은 대화 도중 "중국이 해킹의 용의자"라고 지목해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총론에서 미국과 중국은 협력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각론에선 양보할 수 없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러한 파워게임은 러시아와 일본이 맞물리면서 더 복잡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병합 이후 미국과 갈등이 심해지자 중국은 러시아와 가스관 사업을 매개로 동맹을 강화했다. 미국은 일본의 경제.국방을 지원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미국이 경제생태계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카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일본과 협력해 무역공동체를 만듦으로써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힘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을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고 싶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경제전략대화를 하던 중 의회로부터 선물을 하나 받았다. TPP 협상 타결에 필요한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제 미국 정부는 의회의 수정 없이 찬반표결만으로 협정을 맺을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일본을 시작으로 TPP 협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1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업계에선 TPP 협정이 체결되면 일본이 가장 이득을 보고 우리나라가 가장 손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을 의식한 우리나라는 TPP 가입에 아직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밀월,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등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들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이리저리 치이던 구한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외부세계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권력다툼만 하다가 최악의 결과를 맞았던 역사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안에서 싸움을 멈추고 밖의 변화를 바라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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