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물은 바람따라 물결치지만 바람 때문에 갈 길을 바꾸지는 않는다."

올해 초부터 등락을 거듭했지만 상승 추세에 있는 미국 국채 수익률의 동향을 반영한 표현이다. 정통 경제관료인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시집 '강물은 바람따라 길을 바꾸지 않는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미국채 수익률은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 등에도 길게 보면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로 수준인 연방기금(FF)금리 목표치를 올해 안에 인상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등 일부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채 10년물이 연 3% 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미국채 10년물은 지난해 말부터 안전자산선호현상이 강화되면서 하락세를 거듭하며 지난 1월30일 연 1.64%로 저점을 찍은 뒤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 표명 등으로 지난주말 기준 2.47%까지 치솟았다.

미국채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 상향조정 등과 맞물려 수급에서도 중요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채의 최대 매수자인 미 연준이 투자 비중을 줄이기로 하면서다.

기정사실이 되고 있는 장단기 미국채 금리의 상승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싼 값에 조달된 자금을 바탕으로 사상 최고의 상승세를 보였던 글로벌 자산시장의 상승세도 대단원의 막을 내릴 수 있다.

신흥국의 국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대상으로 지목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조4천억 달러 수준이던 신흥국의 국가채무는 미국의 저금리 기조 등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증가에 힘입어 두배 이상 늘어났다. 미국 등의 저금리로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이 집중 유입된 덕분에 신흥국도 국가채무가 늘어났지만 자산가격 상승 등의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

안전자산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지만 원화채도 결국은 신흥국 채권으로 분류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100조원 이상 보유한 원화채도 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 상승 압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저점 대비 3배 가까이 오른 미국·일본·중국의 대표 주가지수>



실물경제와 괴리돼유동성 파티에 취한 글로벌 주식시장도 미국채 3% 시대가 오면 여태까지와 다른 패턴을 보일 수 있다. 글로벌 주요국의 대표 주가지수가짧은 기간에 너무 가파른 속도로 올라 조정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다우지수는 2009년 3월6일 6,469.95로 저점을 기록한 뒤 올해 5월19일 18,351.36으로 고점을 찍는 등 무려 3배 가까이 치솟았다. 미국이 셰일가스 혁명으로 제조업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범생의 면모를 보인 점을 감안해도 주가 상승이 과도한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일본도 아베노믹스 등에 힘입어 니케이 225지수가 저점 대비 3배 가까이 올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글로벌 유동성 파티에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 등에 힘입어 저점 대비 3배 가까이 오르는 등 버블 논쟁을 촉발시키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미국채 수익률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유동성 파티를 마무리하면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시련의 나날을 맞을 수 있다.

글로벌 부동산시장도 2007년 이후 호주 48%, 캐니다 43%, 중국 32%, 영국 20%의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버블의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초저금리에 기댄 이른바 중앙은행 풋(Central Bank Put) 형태의 한 방향 투자가 포지션 청산에 따른 쏠림(herding)의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 참가자들도 하반기부터 리스크 관리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공짜점심은 없다고 한다. 그동안 거의 공짜점심처럼 챙겼던 수익에 대한 대가를 치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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