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계기로 대기업의 주주정책이 다시 도마위에 오른 느낌이다. 두 회사가합병 이후 주주권익을 보호할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하고 배당성향을 확대하는 등 본격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히면서다.

지난 3월 현대차 주총에서도 주주권익을 다룰 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지만 삼성이 먼저 선언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국내 대기업들의 주주정책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 즉 주주들은 기업의 성장을 위해 주주권리를 양보하기 보다는 배당이나 자사주매입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국내 상장기업들, 특히 대기업군의 배당성향은 10%선에 그치고, 배당수익률은 1%에 그치고 있어 역외시장과 크게 대비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최근 SK㈜와 SK C&C의 합병결의에서 확인됐듯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들의 주주권 강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대기업들이 주주친화정책을 더이상 미루기 힘든 실정인것이다.

대기업 오너가의 주식 승계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 강화를 위해서도 배당을 확대할 필요가 더욱 커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배당성향이나 투자를 보면 기업의 사내유보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지난 해 정부는 기업 사내유보금이 보다 원활하게 가계로 흘러갈 수 있도록 배당소득세 체계를 대폭 개선하도록 유도했으나 실제로 이행이 잘 되고 있는 지는 미지수다.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를 위해 국내 소액 주주들과 연대한다고 한 점에서도 삼성의 주주정책에 대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악명높은 벌쳐펀드의 속성상 이번 사안을 통해 이익을 챙기고 `먹튀' 할 것이 뻔하다고 해도 일부 소액주주들이 엘리엇의 행보에 동참하기로 한 것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 보면 합병을 하려면 프리미엄을 받고 싶은데 시점상 불리하다고 느낀다면 회사측에 대해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삼성 계열사 CEO들이 공식적인 설명회 등을 통해 주주친화적인 방안에 대해 공감하고 강화하겠다고 속속 밝히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일각에선 `이 사단이 난 뒤에야 움직이냐'는 힐난의 소리도 나온다.

비단 삼성의 문제만이 아니다. 다른 대기업들도 성장을 위해 주주를 설득하려 하기 보다는 상생과 배려의 주주친화적인 전략에 대해 깊이 고민할 시점이 됐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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