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스마트폰이 개인용컴퓨터(PC)와 비슷한 신세로 전락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PC 처럼 설계도만 있으면 누구나 조립할 수 있는 제품이 되면서 중국 업체들의 저가 제품이 대거 약진하면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스마트폰 선두업체로 자리잡은 국내 업체들의 입지도 그만큼 좁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C 인사이츠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2013년 47%에서 지난해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과 애플의 점유율이 떨어진 빈자리를 중국업체들이 대거 약진하며 차지했다. 샤오미, 화웨이, 쿨패드, 레노버 등 중국의 업체들이 지난해 실적을 79%나 끌어올리면서 삼성전자 등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수출경쟁력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도 이러한 어려움이 반영돼 있다. 무엽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휴대폰의 경쟁력이 중국, 미국, EU 지역에서 동시에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 채산성, 자금사정, 수출 단가 등을 중심으로 작성되는 수출경기 EBSI도 하향세를 보여 3.4분기에도 휴대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것으로 전망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휴대폰 산업 경쟁력 약화가 과거 PC 부문의 경쟁력 상실과정과 닮은 꼴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10년전인 2005년 최종 부도 처리된 삼보컴퓨터의 몰락 과정이 국내 휴대폰 부문에 오버랩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1980년 창업된 삼보컴퓨터는 2000년 초반에 매출액 2조원을 올린 한국 IT 및 벤처기업의 원조다. PC가 어지간한 기술로는 만들기 어려운 최첨단 제품 대접을 받던 시절 삼보컴퓨터는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PC가 누구나 조립할 수 있는 제품군으로 전락하면서 삼보컴퓨터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기술적인 면이나 브랜드 파워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제품군에 뒤지고 가격은 중국 등의 저가품에 밀렸기 때문이다.

브랜드 파워나 마케팅 등에서 애플의 아이폰에 뒤지고 가격 등에서 중국의 샤오미 폰 등에 뒤지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나 LG전자의 G 시리즈 처지와 닮은 꼴이다.





<휴대폰 부문의 부진 등을 반영하면서 전고점 대비 3분의 1토막이 난 LG전자의 주가 일봉차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최근 주가 흐름에 이같은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6 출시 직전인 3월19일 장중 1백51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지난 3일 마감가 기준 1백26만8천원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가파른 하락세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지난 2011년 2월15일 장중 12만3천625원을 기록했던 주가가 3일 마감가 기준으로 4만7천650원까지 떨어져 3분의 1토막이 났다.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효자 종목이었던 휴대폰이 이제 경쟁력 상실의 아이콘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삼보컴퓨터 몰락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올 하반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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