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7일 금융시장에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연말을 앞두고 횡보하던 코스피가 오전중반 무렵 5분만에 2% 넘게 급락했다. 달러-원 환율도 비슷한 시기에 달러당 10원 가까이 올랐고, 금리시장도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감지됐다.

이유인 즉, `중국군 북한 파병설'과 `김정은 사망설' 등이었다. 물론 근거가 희박한 뜬소문이었지만 시장이 움직인 배경이었다는 중지가 모아졌다.

시장 일각에선 `이러한 루머 신경쓰지 마세요. 이 정도 정보수집 능력이 증권가에 과연 있을까요?'라고 루머에 대한 사실논란을 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올해 증시는 크고작은 대내외 재료들로 정신없는 한해를 보냈고, 또 그만큼 `루머'도 많은 한해였다.

특히 도구 측면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국가적 의제에 대한 루머가 확산되고 이것이 증시에 파문을 일으키는 사례도 많았다.

가장 `저급한' 수준의 루머는 단연 정치인테마주를 형성한 루머들이었다. 아무개가 모 회사의 친인척이라느니, 주로 `카더라'식의 무차별적 풍문을 만들고 이것이 다시 정치인테마주라는 테마아닌 테마를 형성하기도 했다.

안철수연구소의 주가는 안철수씨의 정치행보에 따라 마치 회사의 실적과 특혜가 연동되는 양 주가가 크게 따라 움직이기도 했다.

악의적이지만 않다면 증시의 특성상 어느정도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매매 차원으로 루머 양산자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예를들어 특정 기업에 대한 자금악화 주장을 담은 루머나 메시지들은 피해자들에겐 치명적이다.

실제로 올해 몇몇 중견기업 이상의 그룹들이 근거가 희박한 자금관련 루머에 휩싸이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식품기업 같은 경우 안전성에 대한 루머는 진위 여부를 떠나 지대한 파문을 몰고 온다. 특히 올해 발생한 일본 원전사고로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퍼지면서 일부 식품업체의 오염여부가 인터넷을 통해 언급되면서 해당업체는 사실이 아님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루머는 국내발만이 아니었다. 유럽발 위기로 불안해진 선진국들의 신용등급 강등 임박설은 보통이고, `여의도발' 자작 해외루머도 적잖이 등장했다. 한 해외 블로그를 통해서는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부도 임박설이 퍼지면서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오는 게 아니냐는 공포심도 유발됐다.

이외 해외 큰손 투자사가 한국물을 강하게 매도하고 있다느니,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대량으로 팔고 있다느니 하는 루머의 종류도 갖가지였다.

물론 이런 루머들을 차단하기 위해 올해 3월 금융감독원은 정보통신 모범규준을 마련해 시세조작과 증시 루머 등 메신저로 무분별하게 퍼져 나가는 시세조작 행위를 근절하려 하고는 있다.

그러나 시장 전체적으로 독버섯처럼 피어나는 행위들이 당국의 제한적인 그물망에 걸리겠는가.

역사적으로 루머에 해당하는 `유언비어'는 시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세기말이나 번혁의 시기, 불안정한 시대일수록 황당하고 근거없는 루머는 횡횡하기 마련이다. 김정일 사망후 정정불안을 의식한 북한은 대중에 음주가무와 함께 유언비어 금지령을 내렸다. 그만큼 시절이 수상하다는 얘기다. 지금 증시도 마찬가지다. 루머에 휘둘리지 않는 평정심으로 한 해를 마감할 시기다.(산업증권부장)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