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그리스 사태가 큰 고비를 넘겼다. 지난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은 밤샘 마라톤협상 끝에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해주는 협상을 하기로 했다. 그리스는 합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고,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받아 숨통을 트게 됐다.

그리스는 벼랑 끝 전술을 쓰면서 막판까지 버텼으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단호함과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의 '한시적 그렉시트' 협박에 밀려 채권자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돈 빌려 간 사람은 다리 뻗고 자고, 빌려준 사람은 밤잠 설친다는 우리 속담이 있으나 현실은 속담과 달랐다. 그리스는 '빚진 자'의 한계를 넘지 못했고 돈 주는 입장인 독일은 큰소리치며 그리스에 요구할 것을 다 요구했다.

빚은 국가경제에 큰 상처와 후유증을 남긴다. 그게 나라밖에서 빌린거라면 더 그렇다. 우리는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이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 빚은 경제행위의 숨통을 죄는 족쇄다. 현재 나라밖 채무국은 그리스 말고도 더 있다. 러시아와 갈등을 겪는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그리스로 불리는 푸에르토리코가 그렇고,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들도 대외부채로 국가경제가 파탄나기 일보직전이다. 밖에서 벌어들인 외화(외환보유액)는 적은데 빌린 외화는 많으니 파산 위기에 놓이는 게 당연하다. 푸에르토리코는 다음 달 1일 만기가 오는 9400만달러(1천77억원)의 채무를 갚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푸에르토리코는 최근 채권단과 협상을 시작했으나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등 피그스(PIGS)로 불리는 국가들도 빚이 많다. 중국과 일본도 나라밖에서 빚을 지지 않았을 뿐이지 대내부채 비중은 매우 높다. 중국과 일본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는다. 빚지고 사는 나라를 살펴보면 대개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나라 경제의 시스템이 잘못 돌아가고 있거나, 나라 경제가 고령화되고 있는 경우다. 아르헨티나, 푸에르토리코 등 후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이 앞의 사례에 해당하고,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은 뒤의 사례에 해당한다. 중진국 위치에 있는 중국은 두 가지 문제를 조금씩 안고 있다.

국가든 개인이든 부채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많지 않다. 빚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는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그리스의 사례에서 보듯이 구제금융과 채무 재조정의 반복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닐 것이다. 국가라면 성장을 통해, 개인이라면 소득 확대를 통해 빚을 줄이는 방법이 그나마 바람직한 해법이 될 수 있다. 빚으로 지탱하는 경제는 자전거처럼 계속 성장 페달을 밟아야 경제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성장률과 소득을 높임으로써 빚의 증가 속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저성장국면에 빠져 있다는 점은 국가부채 문제 해결의 심각한 장애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 시대에는 개인의 소득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인플레이션은 빚을 먹어치운다는 격언이 있다. 그렇다면 저성장기와 디플레이션일땐 빚이 국가와 개인 경제를 먹어치우지 않을까.

(국제경제부장)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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