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호의 균열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리 경제의 유일한 성장 동력인 수출이 7개월 연속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것도 제조업 경쟁력 약화의 결과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3일 한국전력이 지난주 국내증시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32조원을 넘어서면서 시총 2위인 현대차를 위협하는 게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의 현 주소라고 지적했다. 국민에 전기를 공급하고 요금을 받는 한전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초우량주로 인식된 결과라는 이유에서다. 한전의 이익은 엄밀한 의미에서 부(富)를 국민의 주머니에서 공기업으로 이전시킨 데 불과하다. 한전은 전기를 수출해서 돈을 벌어오지도 못하고 국부를 새롭게 창출하지도 못한다. 협력업체 등을 통한 우회생산 효과도 미약한한전이 시가 총액 2위 자리를 위협한다면 다른 제조업들이 그만큼 부진하다는 방증이다.

화장품 제조가 주력인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이 24조원으로 현대중공업 7조3천억원,삼성중공업 3조1천억원,대우조선 1조3천억원 등 국내 조선 빅 3의 시가총액을 합한 금액보다 많다는 점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조선 빅 3는 최근 공시를 통해 4조7천5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발표하는 등 극도의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앞으로 10조원에 이르는 추가 부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조선 빅 3인 현대중공업,대우중공업,삼성중공업은 주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반면 화장품 제조사인 아모레퍼시픽과 담배와 홍삼판매회사인 KT&G는 주가가 신고가 경신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종의 앞날도 답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암울하다. 중국의 조강능력은 대략 13억톤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무려 3억톤이 공급과잉인 상황이다. 포스코의 한해 생산능력이 5천만톤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6개의 포스코가 남아도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방 산업인 조선업의 부진 등으로 철강업 대표인 포스코도 당분간 실적 회복이 불투명할 전망이다. 포스코 주가가 지난해 9월12일 장중 36만3천500원에서 지난달 31일 마감가 기준으로 19만6천500원으로 거의 반토막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제철도 2011년 4월11일 14만9천500원으로 장중 고점을 찍은 뒤 지난주말 5만8천400원을 기록하는 등 좀처럼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제조업 대표선수인 삼성전자가 지난주말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로 8개월만에 120만원선이 깨진 것도 심상찮다.

수출 비중이 큰 국내 대표 제조업의 부진은 국제수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7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3.3% 감소한 466억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이 전년동기대비 15.3%나 줄어든 388억4천700만달러에 그쳐 무역수지는 77억6천200만 달러의 흑자를 나타냈다. 흑자 기조는 이어졌지만 수출이 7개월 연속 줄어드는 등 전형적인 불황형으로 전락했다.

수출비중이 큰 제조업 대표 대기업들이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동안 담배와 홍삼을 파는 등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돈을 버는 KT&G는 11만500원으로 지난주말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담배회사와 화장품 회사의 주가로 유지되는 코스피지수 2,000.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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