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근혜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며 작심하고 나섰지만 또 다른 형태의 지적포획(intellectual capture)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일자리 부족의 문제를 세대간 갈등의 양상으로 몰고 가면서다. 기성 세대가 일자리나 임금의 일부를 양보하지 않은 탓에 청년실업이 심화된 것같은 여론까지 형성되고 있다. 일정 부분 타당한 면도 있지만 정부의 책임이나 역할이 배제되는 듯 보이는, 즉 호도된 부분도 있다.



◇아직도 시장의 효율성만 강조하는 정부

지적포획은 정책결정 주류세력들이 장래 사회의 흐름을 결정하면서 범하는 오류 가운데 하나를 일컫는 용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11년 '금융 및 경제위기 과정에서 IMF의 행적 보고서'에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다. IMF는 당시 보고서에서 "고도의 집단적 사고(groupthink)와 지적 포획 현상(intellectual capture), 주요 선진경제국에서는 더 이상 중대한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이른바 대안정기(Great Moderation)에 관한 보편적 관념, 그리고 불완전한 분석 방식 등이위기를 제대로 포착할 수 있는 IMF의 능력을 저해했다"고 고백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주류였던 신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반성을 밑바탕에 깔고 작성됐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시장이 항상 옳다며 효율성만 너무 맹신했다. 시장에 대한 맹신은 규제 완화로 이어졌고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가 위기로 이어졌다는 게 보고서가 말하고 싶었던 골자다.



◇턱없이 작은 공공부문 일자리…OECD 3분의 1 수준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는 등 지적포획 상태라고 평가한다. 시장의 효율성만 강조하면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 정부와 재정의 역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한국의 전체 일자리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OECD 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일자리에서 공공부문의 비율은 5.6%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은 우리의 세배에 가까운 15%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견조한 경제운용 기조를 이어가는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30%에 육박한다.

전체 인구 대비로도 우리나라의 정부 인력 및 공공부문 비중은 2.8%에 그친다. 영국은 같은 기준으로 7.9%에 이르고 프랑스도 7.8%다. 신고전파 경제학이 가장 득세했던 미국도 7.0%에 이른다.



◇증세라도 해야 한다

지금은 민간 부문이 주도해서 일자리를 늘리기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기존의 산업도 고도화되면서 인력 수요가 하루가 다르게 줄고 있다. 성장률이 아무리 높아져도 일자리가 기대보다 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세부담률이 OECD 평균보다 낮은 한국은 정부가 증세를 해서라도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게 일부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OECD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26.8% 수준으로 OECD 평균 34.5% 보다 7.7% 포인트나 낮다.









정부는 기득권층의 양보만 요구할 게 아니라 스스로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 국민에게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조세부담률과 공공부문의 일자리 관계를 솔직하게 알려야 한다. 증세를 해서라도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더 만드는 게 나은지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 한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정책을 입안하는 정부 관계자들도 IMF 처럼 지적포획의 포로가 되지 않았는지 자문하는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깎아줘서라도 성장률을 높이면 일자리가 생긴다는 이른바 성장과실 공유주장이 지난 7년동안 한 번도 적중한 경우가 없지 않은가.(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