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중국 인민은행(PBOC)이 11일 위안화 환율을 2% 가까이 기습적으로 절하해 고시했다. 수출지표가 급격히 악화한 중국이 성장 동력을 잃을까 우려해 부작용이 많을 수 있는 환율을 건드리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유로존과 일본에 이어 중국마저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경기부양을 위한 비책으로 내놓으면서 환율전쟁에 뛰어든 셈이다.

세계적인 수요 부진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타파하고, 자국의 물가를 인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유도하려는 고전적인 저환율정책을 미국을 제외하고는 주요국들이 모두 꺼내든 상황이 됐다.

하지만 환율로 승부를 보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기도 하다.

특히 원화의 경우 가치하락으로 인한 수출 및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해도 그 효과가 크긴 어렵다. 수요 부진에 따른 수출 경색이 가격 요인만으로 풀리긴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화약세는 해외투자자의 원화표시 자산의 보유매력을 떨어뜨릴 우려마저 있다.

하지만 위안화,엔화,유로화 약세가 진행되는데 원화 환율만 그대로 둔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게 딜레마다.

대표 수출 품목이자 환율에 민감한 자동차 부문만 하더라도 이미 중국시장에서 크게 고전하고 있다.

7월 중국시장내 자동차 판매는 124만여대로 전년동기대비 1% 가량 줄어든데 그쳤지만 현대기아차는 각각 6만대와 3만대로 전년비 26%와 28.7% 급감했다.

엔화 환율의 하락에 힘입은 도요타,혼다 등 일본차와 중국 토종 자동차들의 판매고가 증가세를 띤 것과는 대조적이다.

결국 환율전쟁 전략은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느냐와 외국인자금의 신흥국 이탈이냐를 놓고 득실을 저울질하면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역사적으로 한 국가의 환율과 주가의 관계는 `역의 관계'였다.

통화가 저평가될수록 주가는 상승했다는 것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독일,일본 주요국들의 최근 몇년간 차트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환율전쟁 제 3막'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중국의 기습 절하로 오히려 첨예한 상황으로 치닫기 시작했다고 보는 게 맞다.

이제 정부와 기업은 환율문제를 단편적이고 미시적으로만 볼 수 없게 됐다. 보다 큰 그림을 그리면서 헤징전략을 포함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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