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충격과 공포에 빠졌던 시장이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한다는 비판을 받던 중국 정부가 잇따라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불안심리도 잦아드는 형국이다. 미국의 9월 금리 인상에 대해 설득력이 약하다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의 발언 이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은 한층 가라앉았다.

시장의 공습을 정부가 방어한 모양새다. 중국 정부와 미국 연준이 적절한 때 나서 자칫 큰 위기로 번질 뻔한 불을 진화했다. 과거 금융위기 때도 시장이 불안하면 정부가 나섰다.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연준의 양적완화(QE)가 시장붕괴를 막았고, 유럽이 그리스 등 남유럽 재정부실 문제로 휘청거릴 때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가 있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글로벌 공조체제가 있느냐 없느냐일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 때 세계 각국이 힘을 모아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길을 차단했다. 그러나, 경기회복 국면에서 각국은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 환율전쟁을 펼치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세계 각국이 웬만해서는 힘을 모으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향후 위기 발생의 진원지가 중국이 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정치·외교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이 앞으로 어떤 자세를 취할지도 관심거리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언론은 중국의 불확실성이 세계경제의 불안을 자극한다고 지적하는 데 반해, 중국 언론들은 서방의 정책,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이 중국과 세계경제에 부담된다고 맞서고 있다. 두 나라가 공조보다는 서로 비판적인 입장인 셈이다. 이번 세계 주식시장의 불안 해소 과정도 미국과 중국이 각자 영역에서 대책을 내놓은 것이지 힘을 합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중앙은행 관계자들이 모인 잭슨 홀 회의는 국제공조 가능성을 점검해볼 기회였으나 기대만큼 공조 분위기가 엿보이진 않았다는 후문이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거물급들이 자리를 비웠고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준 총재 등 많은 연준 관계자들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아 시작부터 빛이 바랬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 등 행사에 참석한 연준 관계자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9월에 있을 것인지 아니면 미뤄질 것인지 명확한 방향성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불확실성만 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버냉키 전 의장 재임 시절 잭슨홀 회의는 중요한 정책발표의 장이 되는 등 그 위상이 높았으나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행사 참가자들 사이에서 세계경제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문제, 위안화 평가절하, 정부의 향후 대책 등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데이비드 리 칭화대 교수는 지난 28일 오찬 연설에서 중국 경제상황을 글로벌 중앙은행 관계자들에게 설명했고, 인민은행의 전직 고문인 리 다오쿠이는 같은 날 미니 부양책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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