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프랑스보다 그리스 선거를 주목하라."

국제금융시장이 정치의 계절을 맞았다. 유럽의 운명을 좌우할 큰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대통령선거와 그리스 총선거는 유럽연합(EU) 불안의 뇌관을 건드릴 폭발력 있는 이슈다. 시장참가자들은 긴장된 시선으로 유럽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프랑스 선거보다 그리스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리스 뇌관 폭발하나 = 그리스 총선은 연립 여당인 사회당과 신민주당이 과반을 확보하는데 실패할 것이 확실시된다.

내무부의 부분 개표 결과, 신민당은 18.9%의 득표율을, 사회당은 13.4%의 득표율을 얻어 연정에 참여한 양당의 합계 지지율은 3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가혹한 긴축재정 프로그램을 썼던 그리스 집권 여당세력이 국민의 심판을 받은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긴축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군소정당들이 대거 원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 구제금융 '재협상'을 공약한 급진좌파연합(시르자)은 16.8%의 지지율로 대약진했고 그리스 독립당은 10.4%, 공산당 8.36%, 극우주의 정당인 황금새벽당은 6.84%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들은 연립정권의 긴축 프로그램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 것이다. 국민의 심판을 받은 연립 여당은 긴축 정책의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전망된다.

EU와 국제통화기금(IMF)가 그리스에 요구하는 긴축 프로그램에 차질이 빚어지면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이슈가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EU와 IMF의 구제금융이 끊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총선 전에 그리스 주요 정당들은 기존의 합의를 이행하겠다고 서약했기 때문에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구제금융 제공을 중단하겠다는 것이 EU와 IMF의 입장이다.

총선 이후 그리스 정치권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에 대해 EU와 IMF가 어떤 대응을 할지 시장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초조하게 지켜볼 것이다.

전문가들은 "EU와 IMF가 그리스에 한시적으로 구제금융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그리스 정부가 공무원 임금과 연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고,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메르코지 대신 메를랑드 = 프랑스 대통령선거 2차 결선 투표는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정권을 밀어내고 좌파가 정권을 잡았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밀월관계를 뜻하는 '메르코지'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올랑드 후보의 당선은 신재정협약 재협상이라는 이슈와 맞닿아 있다. 올랑드는 재정적자 축소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신재정협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U를 이끄는 양대 축인 프랑스와 독일의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프랑스는 경제성장을 높이는 쪽으로 신재정협약을 재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독일은 회원국의 재정건전성을 우선하는 입장이다.

올랑드는 16일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이른 시일내에 독일을 방문해 신재정협상 문제를 의논할 예정이다.

우려와 달리 독일과 프랑스는 타협의 여지가 많다. 신재정협약 문제를 결코 파국으로 몰고 가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가 판을 뒤집을 것이라는 시각은 단견에 불과하다. 유럽 통합을 설계한 장 모네, 샤를 드골의 후손인 프랑스가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귀도 베스터벨레 외무장관은 프랑스 대선을 전후해 독일은 유로존의 성장을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밝혔다.

그의 발언은 독일이 올랑드 후보의 입장을 수용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독일과 프랑스는 일정한 긴장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메르코지는 퇴장했지만 메를랑드(Merllande)가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다는 뜻이다. 메를랑드는 메르켈과 올랑드의 공동전선을 뜻하는 말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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