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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는 휴대전화가 없었다. 연애하던 시절, 다방에서 만나기로 하고 그녀를 기다리는데,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난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다가, 화가 나다가, 걱정이 되다가, 내가 약속장소를 잘못 알았는지 수첩을 뒤적이다가…그러면서도 눈은 출입문을 응시한다. 요즘에는 휴대전화라도 있어서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이라도 해주지만, 그런 것이 없었던 당시에는 그저 기다리는 도리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잘 묘사한 글이 있다.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시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너였다가/너였다가/너일 것이었다가/다시 문이 닫힌다.” - 정말 그렇다. 기다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바로 ‘그녀’같다. 하지만 사람을 확인하고는 반가움이 이내 실망감으로 바뀐다.

주식시장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인데, 주식투자도 결국은 연애와 같다. 증시 격언에는 “주식과 결혼하지 말라”고 하였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주식과 연애하듯이 투자한다. 주식과 사랑에 빠지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물론 1,800선마저 금세 무너질 것 같던 위기에서는 일단 벗어났으나 그렇다고 앞날이 평탄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 증시는 요동쳤고, 미국은 미국대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외국인들의 줄기찬 매도 공세에 주가는 도무지 오르기 어려웠다. 투자자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샀는데, 주가가 오르기는커녕 자꾸만 아래로 추락하고 있으니 말이다.

황지우는 다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너였다가/너일 것이었다”라고 했지만, 주식을 사놓고 기다리는 모든 투자자는 “오른다/오른다/오를 것이다”는 생각일 게다. 더구나 주식은 언제 오를지 혹은 내릴지 ‘휴대전화’로 미리 알려주지도 않는다. 투자자는 그저 기다리는 도리밖에 없다.

제발 이번 주에는 반가운 ‘그녀’가 활짝 웃으며 문을 열고 들어서기를 바란다. 기다리기도 힘겹다.

(코스피 주간전망)

코스피는 2,189(2015년 4월24일)을 고점으로 내내 하락세를 이어왔다. 정점에서부터의 파동을 세어보면 8월24일의 바닥 1,800.75를 만들 때까지 7개의 파동으로 나타난다. 일목균형표의 하락파동은 7개 혹은 9개로 만들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7개로 완성될 수도 있고, 9개가 될 수도 있다(물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으나,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면 하락파동은 이제 끝났을까? 정답은 “알 수 없다”이다. 동양에서 개발된 일목균형표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책임한 발언이 어디 있느냐고 말할지 모르나, 우리는 이 정보로도 많은 것을 얻는다. 첫째, 일단 7개의 파동이 완성되었으니, 최악의 경우라도 하락파동이 1개 남았을 따름이다. 소위 ‘다운 사이드 리스크’는 제한적인 셈. 둘째로, 앞으로 추가적인 하락파동이 더 나타날지 여부를 우리는 쉽게 판별할 수 있다. 전저점인 1,800.75가 무너진다면, 그 순간이 하락파동이 하나 더 진행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현재 일목균형표의 모든 괘선이 하락을 말한다. 추세는 의당 하락세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전환선이 내일(9월8일)부터 큰 폭으로 상승한다는 점이다. 전환선이 추세전환을 예고하는 나팔수라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볼 만은 하다. 특히 7개의 파동으로 하락세가 끝나고 상승세가 나타난다면 이 같은 전환선의 상승 움직임이야말로 ‘상승파동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기대에 부풀 수는 없다. 만일 이번 주 금요일(9월11일)까지 코스피가 장중이라도 1,941.49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만사휴의. 희망은 사라진다. 다음 주에 전환선은 재차 하락하기 때문이다. 추세는 제자리로 돌아가고 하락세가 이어질 운명이다.

세 가지 ‘경우의 수’가 남는다. 첫째, 지수가 1,800.75마저 무너뜨린다면 희망은 사라진다. 둘째, 설령 1,800.75 아래로 밀리지 않더라도 이번 주 안에 1,941.49를 넘어서지 못해도 마찬가지이다. 전환선은 다시 밀리고, 시장은 재차 나락으로 빠질 게다. 셋째, 지수가 1,941.49를 넘어선다면 희망의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추가상승을 기대하여도 좋다.

어느 쪽일까? 1,800이 무너질까? 아니면 1,941을 이겨낼까? 어느 한 쪽을 편들 수 없다. 그저 지켜보고 있다가 뚫리는 쪽에 편승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지수가 상승하려면 세 가지 경우 중에서 한 가지뿐이다. 그만큼 확률은 낮다.

(달러-원 주간전망)

사실 달러-원 환율의 추세는 명명백백 상승세이다. 누가 보더라도 같다. 굳이 일목균형표 괘선을 동원할 필요조차 없다. 특히 일목균형표에서 후행스팬은 상승세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였다. 왜냐하면 후행스팬이 26일전 캔들의 지지를 받고 돌아서는 모습을 나타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승세가 단단하다는 뜻.

추세는 상승세이지만 그래도 위쪽으로 1,200원이라는 막강한 심리적 저항선이 버티고 있다. 감히(!) ‘롱’으로 달려들기에는 겁나기에 행여나 추세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본다. 일목균형표로는 전환선이 추세의 나팔수이다. 그게 하락하면 추세가 하락세로 돌아설 공산이 높다. 그런데 전환선은 이미 상승을 멈추고 밀리기 시작하였다. 지난주 월요일(8월31일)부터의 일이다. 이후에도 환율은 잠시 올랐으나 전환선의 작용으로 상승폭이 강력하지는 않았다.

예비계산을 통해 앞날을 예상해볼 수 있는데, 전환선은 이번 주에도 하락할 운명이다. 다만 월요일, 화요일까지는 시장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아도 전환선이 저절로 하락하지만, 수요일부터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번 주 안에 달러-원이 9월1일의 저점 1,170원을 무너뜨리지 못한다면, 다음 주 월요일(9월14일)부터는 전환선이 저절로 다시 오를 예정이다. 전환선이 오른다면 추세는 다시 상승세로 복귀할 터. 아울러 환율이 직전고점인 1,200원을 돌파한다면 전환선은 당연히 상승할 것이고, 혹은 전환선이 어떻든 중요한 심리적 저항선이 뚫렸으니 상승세가 재개될 것은 당연하다.

위로는 1,200원, 아래로는 1,170원의 돌파 여부가 관심이다. 1,200원을 넘어선다면 상승세가 강화될 터이고, 반대로 1,170원이 무너진다면 환율은 주르륵 더 밀릴 것이다. - 그런데 이론이야 그렇지만 실제는 다르다. 지난주 금요일의 종가가 1,193원…1,170원보다는 1,200원이 훨씬 가깝다. 확률도 그러할 것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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