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금리인상이 다가오고 있다. 8월 고용지표가 엇갈린 신호를 줬으나 금리인상이라는 대세를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9월이냐 12월이냐가 문제일뿐 금리인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8월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수는 17만3천명으로 2008년 4월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실업률은 5.1%로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을 나타냈다. 취업자 수는 향후 수정치가 나오면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고용지표는 금리인상에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미 금리인상은 지구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각국은 미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아시아와 중남미 등 신흥국들은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지난달 11일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고, 그 후속조치로 최근 선물환 규제까지 도입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을 미리 완화하려는 포석이다. 중국이 이렇게 나오자 일본도 추가적인 완화책을 거론한다.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멘토인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는 "엔화 가치가 급등한다면 추가 통화완화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달러-엔이 116엔까지 밀렸던 지난달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추가 완화를 거론했다.

유럽도 가만있지 않았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주 양적완화 종료 시점인 내년 9월 이후에도 추가 대책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ECB의 자산매입 계획은 유연하다"며 "매입 규모와 매입 자산의 구성, 프로그램 지속 기간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미 금리인상을 앞두고 중국→일본→유럽 등으로 도미노 환율전쟁이 전개되는 모양새다. 미국이 첫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나면 이런 환율전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세계가 급격한 경쟁적 평가절하의 도가니로 빠져드는 식이다. 한 전문가는 "바닥을 위한 경주(race to the bottom)'라고 표현했다.

2012년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일본발 환율전쟁에 이어 2015년 초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로 유발된 유럽발 환율전쟁을 겪은 세계금융시장은 미국발 환율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 금리인상을 앞두고 세계 각국은 나름의 방식으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근린궁핍화 정책(Beggar-my-neighbor)'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상생(相生)의 포지티브 섬(positive sum)보다 자기이익 챙기기에 주력하는 네거티브 섬(negative sum)을 우선시하는 체제로 들어섰다.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환율전쟁을 방지하자고 중지를 모았으나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한 합의로 평가된다. 2013년 이후 2년만에 '경쟁적 평가절하' 방지를 약속한 이들이 과연 말처럼 일사불란한 행동을 할지는 미지수다.

이런 분위기에서 벌어지는 환율전쟁은 향후 심각한 파열음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일부 국가는 급격한 자본유출에 휩쓸리며 경제위기를 맞게 될지 모른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환율이 들썩이면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강대국 중심의 환율전쟁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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