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이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수출 중심에서 복지지출을 늘리는 등 내수비중을 높이는 방식이다. 유일한 성장동력인 수출이 올해 들어 8개월 연속 줄어드는 등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 8월 수출은 달러-원 환율의 상승세에도 무려 14.7% 줄었다. 정부는 내수의 성장 기여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한다. 3% 초중반대 잠재성장률도 달성못하고 2%대 성장에 머무는 악순환이 고착화될 조짐까지 보인다.

◇ 재정도 내수다

성장률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 가운데 하나는 국내총생산(GDP)이다. GDP는 한 나라의 영역 내에서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일정기간동안 생산활동에 참여해 창출한 부가가치 또는 최종 생산물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합계다.

GDP는 경제주체별 지출과도 동전의 양면이다. 가계의 소비지출, 기업의 투자지출, 정부의 재정지출에다 순수출을 합하면 GDP인 셈이다. 여태까지 한국의 성장률은 수출과 수입의 차액인 순수출이 주도해왔다.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100%를 넘어서는 등 내수는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는 기형적인 형태다. 내수의 주요 구성 요소인 소비, 투자, 정부 지출 등이 좀처럼 늘어나지 못한 탓이다.

가계는 과도한 부채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를 늘리지 못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작년 말 1천295조 원으로 전년대비 75조4천억 원(6.2%)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소득은 789조 원으로 전년대비 3.7% 증가하는 데 그쳐 가계부채 비율은 전년말 160.3%에서 164.2%로 3.9%포인트 늘었다. 빚쟁이로 전락한 가계는 소비할 여력을 빠른 속도로 잃고 있다.

기업도 글로벌 경기 부진과 과잉설비 등의 영향으로 투자에 나서지 못한다. 지난해 말 현재 10대 대기업은 사내유보금만 500조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좀처럼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서울 삼성동에 1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가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임 행위라고 혹평하며 현대차 주식을 던졌고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 나는 홍역을 치렀다. 기업들이 막대한 유보금을 쌓아두고도 좀처럼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재정도 제 몫을 못하면서 내수 부진의 그늘은 짙어지고 있다.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너무 낙관적으로 예측한 탓에2012년 2.8조, 2013년 8.5조, 2014년 10.9조에 이어 올해 5.6조 규모의 세수부족 사태를 초래했다.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의 부진에 정부의 재정 부실까지 겹치면서 내수는 좀처럼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등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당시 왜 복지가 가장 큰 화두가 됐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복지를 통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마중물을 부어야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다시 정부의 재정이 보강되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의 복지분야 재정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수준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공공사회복지지출의 GDP 대비 비중은 10.4%다. 28개 OECD 회원국의 평균비중 21.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내수가 활성화되고 가계의 소득도 늘어난다는 낙수효과(트리클다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제 2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사회복지지출이 꼴지라는 점을 감안한 성장전략을 고민할 시점이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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