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하 미래에셋 해외채권운용본부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16년차 채권전문가가 업계 최초로 공모형 인도 채권 펀드를 들고 나왔다. 주인공은 김진하 미래에셋자산운용 해외채권운용본부장.

김 본부장은 8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는 변동성이 극히 적은 '포스트 차이나'인 셈"이라며 "금리와 환율, 경기 흐름이 보여주는 거시적 변동성 장세에서 가장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경력에는 미래에셋이라는 이름만 존재한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곧바로 미래에셋자산운용 공채 2기로 입사했다. 1999년 주식운용부로 첫 발을 내디뎠지만, 이듬해 채권운용부로 자리를 옮겨 10여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 지난 2010년부터는 국내 채권시장에만 머물렀던 시야를 해외로 돌렸다.

이직이 흔한 업계에서 한 둥지에서만 20여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이직할 능력이 없었다는 겸손한 농담을 건넸지만, 그동안 겪은 선후배를 언급하며 경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 본부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설립을 함께했던 오래된 선배들과 일했던 경험이 지금의 가장 큰 자산"이라며 "여전히 운용에서 답답함을 느낄 땐 선후배들과 이야기하며 답을 찾을 때가 잦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펀드 열풍을 주도했던 '박현주펀드' 트레이더로 경력을 시작한 뒤 머니마켓펀드(MMF)는 물론 '솔로몬 국공채 펀드' 등 미래에셋의 대표 펀드로 수익률 상위권을 지켜왔다. 그런 그가 해외 채권운용부를 총괄하며 이끄는 펀드 규모는 현재 4조원에 가깝다.

그에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일찌감치 쌓아온 해외 네트워크가 업계 처음으로 공모형 인도 채권펀드를 낼 수 있는 배경이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도 시장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8년 전이다. 2007년 11월 문을 연 인도 현지법인은 그간 시장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주식과 채권에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했다.

지난 4월 선보인 '미래에셋인도채권펀드'는 이 현지법인의 자문을 활용해 철저한 현지 시장 리서치를 바탕으로 운용된다. 인도 시장의 거시적인 경제 분석은 물론 우량 채권 발굴, 포트폴리오 선정을 위한 모든 과정에 인도 현지법인이 참여한다.

김 본부장은 "매일 오전 시간 대부분이 각국의 법인이나 리서치 자문팀과 시황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회의로 가득 차 있다"며 "매일 쫓는 것, 그것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가장 성실한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 이 시점에 왜 인도인가.

▲ 아닐 이유가 없는 시기다. 이미 인도의 국내 총생산 성장률은 올해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속적으로 금리를 낮췄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가 인도 채권시장에 투자한 돈만 60억달러가 넘는다. 매크로에 대한 우려가 가장 없는 신흥 아시아 중 첫 번째가 인도다.

-- 좀 더 현실적인 이유를 말한다면.

▲ 해외 기관을 방문해 보면 인도 채권을 다 가지고 있다. 하향조정 됐음에도 7%를 유지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물론 신흥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는 경상수지 적자 예상치,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 인도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방안 등이 모두 그 이유다. 모디 총리에 대한 대외 신뢰도 매우 두터운 상황이다. 내수 경기 중심으로 성장하는 인도가 모디 정부 아래서 오는 2020년까지 현재 15% 수준인 제조업을 25%까지 확대하기로 하는 등 친(親) 시장 정책을 선보이는 것도 그 예다.

-- 최근 출렁이는 외환시장을 봤을 때 인도 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될 가능성은 없나.

▲ 연초 대비 인도 루피화는 4.25% 정도 절하됐다. 원화가 7% 가까이 절하된 것 대비 견조하다. 특히 원자재를 수출하는 브라질이나 콜롬비아의 통화는 30% 가까이 절하됐다. 그만큼 인도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적다는 얘기다..

-- 현재까지 펀드 성과는.

▲ 지난 4월 말 설정한 이후 6.21%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시딩자금 50억원을 포함해 현재 500억원 정도의 자금이 유입됐다. 인도 공공기관 기준 채권 수익률이 8% 정도인데 이를 고려해 인도 공사채와 우량 회사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덕분에 입소문을 타고 7% 이상의 기대 수익률을 원하는 리테일 중심으로 대다수 자금이 유입됐다.

-- 해외 채권펀드인데도 환 헤지를 하지 않는 이유는.

▲ 원화로 인도 루피화를 사는 구조기 때문에 원달러 헤지가 필요 없다. 원달러 헤지를 하는 순간 달러를 팔고 루피를 사는 셈인데 그 경우 루피가 강해지지 않으면 손실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해외 시장을 눈여겨보는 투자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글로벌 자금 이동의 방향이 대외 충격에 유연할 수 있는 국가로 가고 있다. 당장 어느 국가가 투자하기 좋다는 인식보단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제한된 곳을 찾는 게 지금의 해외 시장 투자자들이 할 일이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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