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중국 중앙은행이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에 애를 먹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이날 인민은행은 기준금리와 일부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동시 인하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26일 상하이증시가 7.4% 폭락하며, 올해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처방으로 풀이된다.

인민은행은 최근 조정 직전만 해도 증시 과열을 우려하며 은행 시스템에서 유동성을 조용히 축소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은 투자자들에겐 오히려 추가 완화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하지만, 주가가 다시 폭락세로 치닫자, 인민은행은 다시 완화카드를 꺼내 들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WSJ는 인민은행의 정책 선회는 정보가 부족한 투자자들의 중앙은행에 대한 의존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당국이 가장 필요로 할 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지적했다.

인민은행과 주가와의 상관관계는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해 작년 말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인민은행은 작년 11월 이후 세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지급준비율도 꾸준히 인하해왔다. 이에 힘입어 중국 증시는 크게 올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의 완화 조치가 중앙은행과 투자자에 위험한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 정성 화창증권 경제분석 이사는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의 통화 정책이 주식시장에 "납치될 위험을 감수했다"고 꼬집었다. 중국의 통화정책이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좌지우지될 위험을 지적한 것이다.

주 하이빈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도 "증시를 떠받치고자 통화정책을 활용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아주 많다"고 지적했다.

인민은행은 공식적으로 이번 완화 조치가 증시 폭락과 연관됐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 없다.

그러나 인민은행 고위 관계자들은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앙은행의 임무라고 언급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완화 조치가 증시 폭락과 완전히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WSJ는 지적했다.

인민은행 루 레이 조사국장은 당국의 금리 인하와 관련해 경제 하방 압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성장 안정화"를 위해 이같이 조치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987년 10월 19일 '검은 월요일' 이후은행권의 상호 대출을 독려하고, 중앙은행의 시장 진정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던 점을 상기시키며, 인민은행 역시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고 기대치를 관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리오리엔트 파이낸셜 마켓의 리서치팀장 우베 파르파트는 "인민은행은 쓸데없고 위험한 미세 조정 실험은 관두고 정책 목표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중국 1년 만기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는 각각 4.85%, 2%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 또 JP모건에 따르면 지준율 인하로 최대 총 4천900조위안 규모의 자금이 대출 자금으로 풀릴 수 있을 전망이다.

wkpa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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