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중국 신용평가사들이 중국 채권의 약 97%에 가장 높은 'AA'와 'AAA' 등급을 부여하면서 중국 채권 등급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신용평가사들은 중국 기업의 37.5%에 'AAA' 등급을 부여했으며, 20.2%에 'AA+', 35.1%에 'AA' 등급을 부여했다.

전체의 97%가 'AA' 등급 이상인 셈이다.

이는 미국에서 'AA' 이상의 등급을 받는 채권이 전체의 1.4%에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

WSJ는 해외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하는 등급과 중국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하는 등급의 차이도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다공(大公)국제신용평가는 항대그룹(Evergrande)의 50억위안어치 채권에 'AAA' 등급을 부여했다. 다공국제는 항대그룹의 매출 호조와 광대한 토지 보유에 근거해 이같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같은 기간 항대그룹의 신용을 정크 등급인 'B+'로 평가했다. 항대그룹이 채권 이자와 260억달러에 달하는 은행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약해졌다는 이유에서다.

벤 베넷 리걸&제네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스트래티지스트는 "우리는 중국 신용평가사가 부여한 신용 등급을 평가절하해 해석한다"며 "우리는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등급을 매긴 채권을 사는 게 훨씬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레고리 수엔 HSBC 글로벌 에셋 매니지먼트 디렉터는 "중국 국내의 'AAA'는 해외에서의 'AAA'와 같지 않다"며 "같은 'AAA' 등급을 보유한 중국 기업들도 신용 수준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3대 신용평가사는 중국청신(誠信)국제신용평가와 리안허(聯合)신용평가, 다공(大公)국제신용평가 등으로 알려졌다. 중국 신용평가사들은 국제 신용평가사의 자료를 참고하고, 중국 기업들을 강도 깊게 조사한다고 강조한다.

WSJ는 중국 기업들이 신용평가사 중 높은 등급을 주는 신용평가사를 고를 수 있는 구조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중국 기업들은 보통 두 개 이상의 평가사로부터 신용평가를 받는 해외 시장과는 달리 한 개의 평가사로부터만 등급을 받아도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다.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이 해외 채권 발행 시 자회사를 통해서만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것도 등급이 불일치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됐다. 해외 채권 발행 통로인 자회사는 디폴트 시 채권자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자산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중국 신용평가사들은 기업과 정부의 관계를 더 고려한다는 지적도 있다.

글렌 고 UBS 연구원은 "중국 신용평가사들은 당국의 정책이 시사하는 점과 기업의 정치적 관련성을 더 파고든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