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00세 시대가 왔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를 만날 때면 장기투자를 할만한 주식에 대해 묻는다. 지금 사서 20~30년 묻어두면 이자율 이상의 수익을 거둘만한 주식 어디 없소? 그러면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한국은 워낙 눈이 핑핑 돌아가는 사회라서 그럴 종목이 있을까.

사람도 기업도 권력도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람의 기호가 바뀌고, 환경이 변한다. 기업도 죽기 살기로 여기에 적응하려고 노력해도 생노병사(生老病死)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오늘날 기업은 불멸불사(不滅不死)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처럼 반드시 죽는다. 다만 '생(生)'의 기간이 노력 여하에 따라 경쟁기업보다 조금 더 길어지는 정도다.

기술제국 소니의 현재 모습은? 전 세계 유수 경영대학원이 벤치마킹하던 노키아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암스트롱이 달나라에 갈 때 휴대전화를 만들었던 모토로라, 130년 역사의 코닥은 모두 황혼 녘이다.

2000년 들어 미국 대기업 2,000개의 표본으로 수명을 조사한 보고서에는 기업의 평균 수명이 고작 10년 정도였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국내기업이 사라졌다. 한국 기업의 생존주기는 선진국의 평균수명을 크게 밑돌고 있다. 앞으로 한국 기업의 수명은 더 짧아질 것이다. 한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변화 속도가 유별나다.

이와 중에 살아남을 기업을 예상하는 일은 미래 세상을 예측하는 일보다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미래가치 분석은 경제학ㆍ경영학 쪽보다 인간과 문명 전반을 다루는 인문학에 가깝다. 주가의 장기 흐름을 관찰하는 데는 역사학과 인류학, 철학, 심리학 등이 훨씬 유효한 분석 도구일지 모른다.

자, 그러면 요즘 독주하는 電ㆍ車 종목의 미래 주가는 어떨까.

국내 간판 자산운용업계 A 대표는 중기적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미래를 알려면 현재 경영수업을 받는 후계자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재용과 정의선이 각자 이병철-정주영, 이건희-정몽구의 위업을 이어받아 홀로서기에 성공하고, 회사를 더 키워 '대박'을 낼 수 있을 것인지는 현재 그들의 모습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흔히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후계자 수업 방식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은 아들을 양지(陽地)에만 나두고 키우지만, 정몽구 회장은 아들을 끊임없이 사지(死地)로 몰아넣어 검증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이재용은 승승장구하는 회사에만 몸담은 탓에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반면, 정의선은 기아자동차를 회생시킨 주역이라는 점수를 따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차로 옮겨 하이브리드카라는 또다른 도전 과제를 극복 중이다.

업계에서는 일단 1회전에서는 정의선이 이재용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험난한 2회전ㆍ3회전 풍랑을 이들이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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