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정부 당국의 대처가 역내 트레이더들은 물론 해외 매매자들마저 겁먹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가 중국 증시를 로치모텔, 즉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시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중국에서는 공안이 증권사를 방문, 증권 거래 정보를 내려받고, 중국 최대 증권사 임원들이 불법거래 혐의로 체포되고, 금융 전문지 기자는 소환돼 공개 사과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며 현지의 이러한 분위기에 트레이더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헤지펀드 오코너의 다우 피츠패트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에서 일어나는 것들이 사람들을 겁먹게 하고 있다"며 "당국은 투자 유인 관점에서 (주식시장을) 2년은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특히 최근 외국계 헤지펀드인 맨그룹의 중국 대표인 리 이페이 회장이 구금됐다고 보도되면서 이러한 우려가 크게 고조됐다고 전했다.

리 회장은 이달 초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당국의 수사로 구금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다.

그러나, 리 회장은 최근 구금설을 부인하며, 업계 회의에 참석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는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이다.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과 일을 하는 로펌 시들리오스틴의 에피 바실로폴로스 파트너는 "사람들이 이번 조사 결과와 함께 당국의 수사가 얼마나 강도 깊게 진행될지를 주시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매우 불안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역내뿐만 아니라 역외 해외 기업과 사업부에 중국 정부가 "얼마나 넓게 단속망을 칠지에 대해"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자들은 베이징과 상하이의 업계 관계자를 만나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거나 이익을 낸 것으로 보이는 거래에 대한 기록을 찾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들이 나서 대규모 거래 정보를 다운로드하고, 펀드 매니저들에게 주가가 하락할 때 왜 주식을 팔았는지, 투자 전략은 무엇인지를 묻기도 하며, 일부 공안들은 펀드 매니저들에게 주식을 팔지 말라고 종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NYT는 물론 전 세계 규제 당국자들이 자국의 금융시장 흐름과 관련해 업계의 목소리를 듣거나 불법 거래를 막고자 시장을 모니터링 하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적어도 그들은 시장의 방향을 유도하기 위해서 모니터링을 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당국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알리면서도 필요한 정보만을 공개해 시장에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당국은 중신증권의 임직원 8명을 내부자 거래 혐의로 체포했다며 그들의 신원을 공개했다. 그러나 지난달 다른 4곳의 증권사 역시 당국의 수사를 받았으나, 이와 관련해서는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또 당국이 악의적 공매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조사가 이뤄지는지는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Z-벤 어드바이저스의 크리스 파워스 선임 컨설턴트는 내부자거래는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중국 주식시장에서 흔한 일이라면서 이 때문에 이번 조사는 정부가 주가 안정과 주식 매각을 억제할 단기적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가 시장 조작을 단속하려는 조치라기보다 시장에 이번 사안을 본보기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홍콩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당국자들은 매도하거나 숏 포지션을 구축한 누군가를 괴롭히는 듯 보인다"며 당국은 오로지 롱과 숏 포지션 중 숏 사이드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전문 매체 차이징의 한 기자가 시장에 잘못된 루머를 퍼뜨렸다는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다.

이후 당국은 주식시장은 물론 인터넷에 루머를 유포한 자들을 대거 처벌했다. 또 언론 검열을 통해 증시에 비관적인 내용을 보도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저명한 미국계 숏셀러인 제임스 차노스는 "중국이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 때 공매도를 금지하고 금융 비관론자들을 훼방 놓는 서방의 관행을 따라한 것"이라며 "이는 서방에서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중국에서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최근 본토에 투자했던 5억달러 자금의 대부분을 현금화했다며, 이는 자금이 당국의 규제에 발이 묶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체계적 위험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마녀사냥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J캐피털 리서치의 안네 스티븐슨-양 공동 창립자는 매도에 대한 규제는 중국 주식시장을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자본의 '로치 모텔(roach motel: 바퀴벌레 덫)'로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들어갈 수는 있지만, 나가길 원하면, 거의 빠져나갈 수가 없어 빠져나가려면 정말로 빨리 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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