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자신이 한 인사에 말을 못하고 다른 이에게 넘기는 이런 비겁함…", "금융감독원의 업무도 제대로 모르는 인(人)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7일 금감원 한 간부가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 가운데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이 간부는 글에서 "자신도 겁이난다"고 전하면서, 권혁세 금감원장에게는 "혹시나 이 글을 보시면 국장이나 된 놈이 철없다 마시고, 이렇게라도 안 하면 원장님에게 도대체 말을 전할 수가 없어 이렇게 공중에게 이야기 합니다"면서 글을 맺었다.

이 간부의 글이 나온 배경에는 `5월 금감원 인사'가 자리를 잡고 있다. 금감원의 대다수 구성원은 이번 임원 인사가 파행적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사를 어떻게 냈기에 국장급 간부까지 인사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금감원 전체 조직원들을 술렁이게 한 것일까.

지난 2일 금감원 임원 인사에서 신임 부원장에 오른 2명의 특정인 때문이다.

이들은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감원 부원장보로 승진한 2명의 인사 중 한 명은 친박 인사로 분류된 국회의원의 친척이고, 또 다른 한 명은 금감원 입사 전 박 비대위원장 선거 캠프에 참여한 인물이다. 입방아에 오르기 딱 좋은 배경을 가진 셈이다.

이를 두고 금감원 노조는 이번 임원 인사가 `청탁성 인사', `전문성이 결여된 비상식 인사', `정치적 타협에 따른 밀실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원 인사에 이어 단행된 국ㆍ실장 인사는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금감원 내부에서 누구나 인정하던 국장 승진 1순위 후보 인사가 좌천되는가 하면, 특정 권역 라인 전체가 인사의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모피아(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 금융위 관료들이 금감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위가 지시나 협조가 잘되지 않는 금감원 인물들을 인사에서 배제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금감원 노조는 이번 국장급 파행 인사의 책임자로 최수현 수석부원장과 조영제 부원장보를 지목하고,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권역별 인사에서 담당 부원장보의 의견은 무시되고, 최 수석부원장과 조 부원장보가 밀실에서 국장급 인사를 진행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추효현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임원인사, 국장급 인사에 이어 곧 팀장급 인사가 있다"며 "팀장급 인사까지 파행으로 이뤄지면 노조도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사가 만사라는 데 금감원 인사는 '망사'가 돼 버렸다"며 "인사권자의 인사권 행사는 모두는 아니지만 다수가 이해할 만 것이어야 하고, 투명한 절차에서만 그 권한을 보장받는 데 금감원은 현재 그런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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