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중국 정부가 국영 기업에 민간 부문의 진입을 상당부분 허용하면서도 국영 기업이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주체라는 점은 강조해 통제력은 더욱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중국이 비대해진 국영기업들에 대한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이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적 자본주의를 대변하는 "온건한 조정"이라고 총평했다.

중앙공산당과 국무원의 발표안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에 대한 민간투자자들의 수익 분배를 확대하고, 해외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영기업을 더욱 대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이번 개혁안에 시장에서 부진한 국영기업을 도태하도록 둘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영기업 개혁에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국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개혁안은 국영기업이 중국 경제에 주도적인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신념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자문 인사는 "시 주석은 국가 경제에서 국영기업의 역할을 결코 약화시킬 생각이 없으며, 이번 계획에도 그 생각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개혁안에는 국영기업이 국가 경제를 주도해야한다는 중국의 기본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국 내에서도 국영기업 개혁에 대해 부처마다 의견이 달라 개혁안이 수차례 수정되고, 발표도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당수 대형 국영기업들이 철강, 석탄 등 과잉공급으로 어려움으로 겪고 있는 데다 민간 회사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쳐가면서도 많은 자본과 자원을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초 국영기업 감독 위원회가 제출했던 국영기업 개혁안 초안은 시장이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충분치 못하다는 이유로 시 주석으로부터 반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자문 위원은 "국영기업 개혁 작업도 여러 이익집단 간의 협의 과정"이라면서도 당국의 개혁 방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WSJ는 이번 개혁안은 국영기업에 민간 영역의 참여를 확대했지만, 여전히 공산당의 통제에 역점을 뒀다고 평가했다.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장이(張毅) 주임도 "개혁 심화 과정에서 당의 리더십은 결코 약화되지 않고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일부 시 주석의 측근들은 시 주석이 과거 국영기업의 성공적인 개혁과정을 지켜보면서 국영기업이 중국 경제의 근간이 돼야한다는 시각을 갖게 됐다고 귀뜸했다.

2000년대 시 주석이 저장성(浙江省) 공산당서기를 맡았을 당시 국영 기업들은 적자에 시달리는 동안, 민간 영역은 역동적으로 발전하며 연안 지역을 중국 내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변모시켰다.

이후 2007년 시 주석이 상하이시 서기로 일하던 시기에는 상하이자동차그룹을 포함한 대형 국영기업들이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이행했으며, 시 주석이 이러한 과정을 모두 지켜보며 국영기업에 대한 소신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시각에 기반을 둔 중국의 국영기업 개혁안은 지역적인 실험들을 장려하돼 성공할 경우 이를 확대 적용하는 방식으로 고안된 셈이다.

WSJ는 이런 이유로 국무원은 개혁안의 구체적 시행시기를 밝히기 보다 2020년까지 '결정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밝히는 데 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영기업의 개혁 과정에서 "국유 자산의 손실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귀저우성(貴州省) 관계자는 손실을 피해야한다면, "누가 과감하게 국영기업을 시장화하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실적이 저조한 국영기업은 폐쇄할 것을 권고한 부문을 담지 않은 것은 문제로 지적됐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중 하나인 황이핑 북경대 경제학 교수는 "사양길에 접어든 중국 동북 지역의 많은 '좀비기업'들이 망하면, 퇴출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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